바숨 존카터 화성의 신들

작품

개요

1913년 발표된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의 작품.

화성 시리즈로 알려져 있으며, 바숨 존카터 화성의 공주, 바숨 존카터 화성의 전쟁군주와 함께 "화성 초기 3부작"으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화성 3부작은 2012년 쫄닥 망하기는 했지만 영화화되기도 했다.

저자는 1912년에 화성의 신들(The Gods of Mars)를 집필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바숨 존 카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화성의 신들은 1913년에 발표된 SF 판타지 소설로, 주인공 존 카터가 화성(바숨)으로 돌아와 벌이는 모험을 다룬다.

이 작품은 행성 로맨스, SF, 판타지를 결합한 작품으로 화성의 신비로움과 더불어 주인공 존 카터의 강력한 능력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화성의 신들은 종교적 기만과 권력의 남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주제를 관통하지만, 무겁지 않고 선과 악이 명확하게 구분된 세계를 창작해 냄으로써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바숨 시리즈 첫 3부작의 중간 작품으로 스토리의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모험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지

요약

존 카터는 10년 만에 사랑하는 화성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것은 끔찍한 속임수와 잔혹한 비밀이었다.

"이곳은 도르 계곡, 영원한 평화의 땅이라 불렸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지옥이었죠."

화성의 오래된 미신을 따라 자발적으로 죽음을 선택한 순례자들.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무시무시한 식물인간과 거대한 흰 유인원이었다.

"우리는 테른족의 영토 깊숙이 들어왔다.
이제 돌아갈 수 없어."

지하 깊은 곳, 오메안 바다에는 더 큰 공포가 숨어있었다.
자신을 신이라 칭하는 이수스와 최초의 종족. 그들의 잔혹한 의식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수스의 월례 의식이 시작됐다.
우리는 그들의 오락거리가 될 뿐이야."

하지만 존 카터는 포기하지 않는다.
신성한 테른족의 공주 파이도르, 몰락한 다토르 조다르, 그리고 신비한 붉은 청년과 함께 이 지하 세계의 공포에 맞서 싸운다.

"우리에겐 자유를 얻어낼 권리가 있다.
신이든 인간이든, 우리가 운명을 결정할 수 있어."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의 불멸의 고전, 화성 시리즈의 새로운 모험. 인간성에 대한 깊은 통찰과 치열한 액션이 펼쳐지는 우주 로맨스 대서사시.

줄거리

허드슨 강가에서 주인공은 화성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주인공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눈을 떴을 때 낯선 세계에 도착한다.
거대한 숲과 바다가 있는 이곳에서 식물인간이라는 무시무시한 생명체들을 만난다.
식물인간은 파란 피부에 하나의 눈을 가졌고, 손바닥에 입이 있어 식물을 먹는다.
주인공이 이들을 관찰하던 중 친구인 녹색 화성인 타스 타카스를 만나 함께 싸우게 된다.

주인공과 타스 타카스는 식물인간과 거대한 흰 유인원들의 공격을 받게 된다.
둘은 거대한 나무 속으로 피신해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던 중 나무 꼭대기에서 절벽의 동굴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이동한다.
오갈곳이 없어진 둘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 긴 터널을 지나게 되고, 그 끝에서 이상한 문을 발견하게 된다.
두 명이 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문이 저절로 닫히고 섬뜩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미리보기

1장. 식물인간들

1886년 3월 초의 맑고 차가운 밤, 나는 오두막 앞 절벽에 서서 죽은 강의 유령처럼 회색빛으로 흐르는 허드슨 강을 내려다보았다.
그때 전쟁의 신, 사랑하는 화성의 강력한 힘이 다시 한번 느껴졌다.
잃어버린 사랑에게 돌아가기 위해 10년 동안 팔을 뻗어 애원했던 그 힘이었다.

1866년 그 3월의 밤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때는 아리조나 동굴 밖에 서 있었고, 그 안에는 지상의 죽음처럼 보이는 내 차갑고 생명 없는 몸이 누워있었다.
그 이후로 직업의 신이 주는 저항할 수 없는 끌림을 느끼지 못했다.

거대한 별의 붉은 눈을 향해 팔을 뻗고 서서 기도했다.
우주의 광대함을 통해 두 번이나 나를 이끌었던 그 이상한 힘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랐다.
10년 동안 기다리고 희망하며 수천 번의 밤을 기도했던 것처럼 계속해서 기도했다.

갑자기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무릎이 휘청거렸다.
아찔한 절벽 끝에서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순간 머리가 맑아졌고, 으스스한 아리조나 동굴의 공포스러운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그 먼 옛날 밤처럼 근육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평화로운 허드슨 강가에서도 동굴 깊숙한 곳에서 나를 위협하던 무시무시한 것의 끔찍한 신음소리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상한 마취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한번 초인적인 힘을 냈다.
팽팽한 철사가 끊어지는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났고, 존 카터의 따뜻한 붉은 피가 흐르던 멍하니 응시하는 생명 없는 육체 옆에 벌거벗은 채로 서 있었다.

거의 뒤돌아보지도 않고 다시 화성을 바라보았다.
붉은 광선을 향해 손을 들어올리고 기다렸다.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돌아서자마자 생각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앞의 끔찍한 공허 속으로 날아갔다.
20년 전에 경험했던 것과 같은 상상할 수 없는 추위와 완전한 어둠이 순간적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다른 세계였다.
거대한 숲의 둥근 천장에 난 작은 구멍으로 뜨거운 태양 광선이 내리쬐는 곳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화성과는 너무나 달랐다.
잔인한 운명이 나를 아무 목적도 없이 낯선 행성으로 던져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갑작스러운 두려움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당연한 의문이었다.
행성과 행성 사이의 끝없는 공간에서 무엇이 나를 인도했겠는가?
화성이 아닌 다른 태양계의 아주 먼 별로 날아가지 않을 거란 보장이 어디 있었는가?

붉은 잔디처럼 생긴 식물이 깔끔하게 자란 땅에 누워있었다.
주변에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거대하고 화려한 꽃이 피어있고 화려하지만 소리 없는 새들이 가득했다.
날개가 있어서 새라고 부르긴 했지만, 이런 기묘하고 비현실적인 모습은 인간의 눈으로 본 적이 없었다.

식물은 큰 수로 근처에 사는 붉은 화성인들의 잔디와 비슷했다.
하지만 나무와 새들은 화성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달랐다.
저 멀리 나무 너머로 화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 보였다.
쨍쨍한 태양 아래 푸른 물결이 반짝이는 바다였다.

자세히 살펴보려고 일어서다가 화성에서 처음 걸으려 했을 때와 같은 우스꽝스러운 실수를 했다.
이 작은 행성의 약한 중력과 희박한 대기의 낮은 기압은 지구의 근육에 거의 저항을 주지 않았다.
그저 일어서는 동작만으로도 몇 피트나 공중으로 튀어올랐고, 이 이상한 세계의 부드럽고 화려한 잔디 위로 얼굴을 처박고 말았다.

하지만 이 경험으로 약간의 확신이 생겼다.
결국 이곳이 내가 모르는 화성의 어느 구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성에서 10년을 살았지만 그 광활한 영토 중 아주 작은 부분만 탐험했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다시 일어나며 자신의 건망증을 비웃었다.
곧 지구의 근육을 이 새로운 환경에 맞추는 요령을 다시 터득했다.

바다를 향해 눈에 띄지 않는 경사를 천천히 걸어 내려가면서 공원 같은 잔디와 나무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잔디는 오래된 영국 정원처럼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나무들은 지상에서 약 15피트 높이로 균일하게 가지치기한 흔적이 보였다.
어느 방향을 보든 숲은 멀리서 보면 천장이 높은 거대한 방처럼 보였다.

이런 세심하고 체계적인 관리의 흔적들은 이번 두 번째 화성 방문에서 문명화된 사람들의 영역에 들어왔다는 확신을 주었다.
그들을 만나면 타도스 모스 가문의 왕자로서 마땅한 예우와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바다로 향하는 동안 숲의 나무들은 깊은 감탄을 자아냈다.
지름이 100피트나 되는 거대한 줄기는 엄청난 높이를 자랑했다.
위쪽의 빽빽한 잎사귀 때문에 60-80피트 이상은 볼 수 없어서 정확한 높이는 짐작만 할 수 있었다.

보이는 높이까지 줄기와 가지, 잔가지들은 새로 만든 미국산 피아노처럼 매끄럽고 광이 났다.
어떤 나무는 흑단처럼 검었고, 바로 옆의 나무는 최고급 도자기처럼 희고 깨끗하게 빛났다.
또 어떤 나무들은 하늘색, 진홍색, 노란색, 짙은 보라색을 띠었다.

잎사귀도 줄기만큼이나 화려하고 다채로웠다.
빽빽하게 피어있는 꽃들은 지구의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신들의 언어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숲 끝에 다다르자 나무들과 바다 사이에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나무 그늘에서 막 나오려는 순간, 낯선 풍경의 아름다움에 대한 모든 낭만적이고 시적인 생각을 날려버리는 광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왼쪽으로는 바다가 시야가 닿는 곳까지 이어졌다.
앞쪽으로는 희미한 선만이 저 멀리 해안선을 알려줬다.
오른쪽에는 웅장한 강이 흐르고 있었다.
넓고 평화롭고 장엄한 강은 진홍빛 강둑 사이를 흘러 앞의 고요한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강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거대한 수직 절벽이 있었다.
큰 강은 바로 그 절벽 밑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연의 웅장함을 보여주는 이 감동적이고 장엄한 광경이 숲의 아름다움에서 내 시선을 빼앗은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강가 근처 초원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20여 명의 형체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기이하고 괴상한 모습이었다.
화성에서 본 적 없는 형태였지만 멀리서 보면 인간처럼 보였다.
똑바로 섰을 때 큰 개체는 10-12피트 정도 되어 보였고, 몸통과 하체 비율은 지구인과 똑같았다.

팔은 매우 짧았고,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보기에 코끼리 코처럼 생겼다.
뼈대가 전혀 없는 것처럼 구불구불하게 움직였다.
뼈가 있다면 척추 같은 구조일 것 같았다.

거대한 나무 뒤에서 그들을 지켜보는데, 한 생물이 천천히 내 방향으로 움직였다.
모두가 하는 것처럼 보이는 주된 일을 하고 있었다.
이상한 모양의 손으로 잔디 표면을 훑고 있었지만 무슨 목적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주 가까이 다가왔을 때 그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나중에 이 종족을 더 잘 알게 되긴 했지만, 자연이 만든 이 끔찍한 모방을 한 번 대충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종족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면 헬리움 해군의 가장 빠른 비행선으로도 이 흉측한 생물에게서 충분히 빨리 도망칠 수 없었을 것이다.

털 없는 몸은 섬뜩한 파란색이었다.
튀어나온 하나의 눈 주위를 둘러싼 넓은 흰 띠만 빼고는 모두 파란색이었다.
동공, 홍채, 안구 모두 죽은 듯한 흰색인 눈이었다.

공허한 얼굴 한가운데에는 울퉁불퉁하고 붉게 부어오른 둥근 구멍이 있었다.
아직 피가 나지 않은 총상 외에는 그 어떤 것과도 비슷하지 않은 구멍이었다.

이 혐오스러운 구멍 아래 턱까지는 아무것도 없었다.
입이라고 할 만한 것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얼굴을 제외한 머리는 8-10인치 길이의 엉킨 칠흑 같은 머리카락으로 덮여 있었다.
각각의 머리카락은 큰 지렁이만 했다.
두피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이 끔찍한 머리카락들이 소름 끼치는 얼굴 주위에서 꿈틀거리고 꾸물거렸다.
마치 각각의 머리카락에 생명이 있는 것 같았다.

몸통과 다리는 자연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균형 잡힌 인간의 형태였다.
발도 모양은 인간과 같았지만 크기가 괴물 같았다.
발뒤꿈치에서 발가락까지 3피트나 되었고 매우 납작하고 넓었다.

아주 가까이 다가왔을 때 이상한 움직임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잔디 표면을 특이한 손으로 훑는 것은 독특한 섭식 방법 때문이었다.
면도날 같은 발톱으로 부드러운 식물을 자르고, 각 손바닥에 있는 두 개의 입으로 빨아들였다.
팔처럼 생긴 목구멍을 통해 섭취했다.

이미 설명한 특징 외에도 이 짐승은 약 6피트 길이의 거대한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몸통과 연결된 부분은 둥글었지만 끝으로 갈수록 납작하고 얇은 칼날 모양이 되었고, 지면과 직각을 이루며 끌렸다.

이 기이한 생물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겨드랑이 양쪽에 매달린 6인치 길이의 작은 복제품이었다.
이 작은 것들은 머리 꼭대기에서 자라나 성체의 몸과 연결된 작은 줄기로 매달려 있었다.

이것들이 새끼인지 아니면 복합 생물의 일부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 기괴한 괴물을 자세히 살펴보는 동안 나머지 무리가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많은 개체들이 작은 복제품을 매달고 있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작은 것들의 크기도 다양했다.
지름 1인치의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 같은 것부터 10-12인치의 완전히 성장한 형태까지 여러 발달 단계가 있었다.

무리와 함께 먹이를 먹는 작은 녀석들 중에는 부모에게 매달린 것들과 비슷한 크기도 많았다.
이 크기의 어린 것부터 시작해서 거대한 성체까지 크기가 점차적으로 커졌다.

무시무시하게 생겼지만 싸움에 적합한 모습은 아니어서 두려워해야 할지 망설였다.
인간의 모습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아보기 위해 숨어있던 곳에서 나오려던 찰나, 다행히도 오른쪽 절벽 방향에서 들려온 이상한 비명 소리가 그 무모한 결심을 막았다.

맨몸에 무기도 없는 상태에서 그 잔인한 생물들 앞에 나타났다면 빠르고 끔찍한 최후를 맞았을 것이다.
비명 소리가 들리자 무리의 모든 구성원이 소리가 난 방향을 향했다.
동시에 머리의 뱀 같은 머리카락이 모두 똑바로 곤두섰다.
마치 각각의 머리카락이 의식을 가진 생명체처럼 소리의 근원이나 의미를 찾는 것 같았다.
실제로 그것이 사실이었다.
바숨의 식물인간 두개골에 있는 이 이상한 돌기는 이 흉측한 생물들의 천 개의 귀였다.
생명의 나무에서 시작된 기이한 종족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모든 시선이 무리의 한 구성원, 분명 우두머리로 보이는 큰 녀석에게 쏠렸다.
한쪽 손바닥의 입에서 이상한 가르랑 소리가 나왔고, 동시에 절벽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체 무리가 그를 따랐다.

캥거루처럼 20-30피트씩 뛰어가는 그들의 속도와 이동 방식은 놀라웠다.

그들이 빠르게 사라지자 뒤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성을 던져버리고 초원을 가로질러 그들의 뒤를 쫓았다.
화성의 낮은 중력과 기압 덕분에 운동 신경 좋은 지구인의 근육으로는 그들보다 더 대단한 도약이 가능했다.

그들은 절벽 아래 강의 발원지로 보이는 곳을 향해 곧장 움직였다.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초원에는 거대한 바위들이 흩어져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위쪽 절벽에서 떨어진 것이 분명했다.

이런 이유로 소동의 원인에 아주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큰 바위 위에 올라서자 충격적인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식물인간 무리가 5-6명 정도의 바숨의 녹색 남녀를 에워싸고 있었다.

이제 이곳이 화성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죽어가는 행성의 마른 바다 바닥과 버려진 도시를 떠도는 야생 무리의 구성원들이 바로 여기 있었다.

웅장한 키를 자랑하는 거대한 수컷들이 있었다.
두터운 아래턱에서 이마 중앙까지 뻗은 반짝이는 흰 엄니, 머리를 돌리지 않고도 앞뒤 좌우를 볼 수 있는 옆으로 튀어나온 눈, 이마 위로 솟은 이상한 더듬이 같은 귀, 어깨와 엉덩이 중간에서 나온 추가 팔이 있었다.

부족을 나타내는 반짝이는 녹색 가죽과 금속 장식이 없어도 그들이 누구인지 즉시 알아볼 수 있었다.
우주 어디에서 이들과 똑같은 존재를 찾을 수 있겠는가?

일행에는 남자 둘과 여자 넷이 있었고, 장신구로 보아 서로 다른 부족 출신이었다.
이는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바숨의 녹색인들은 부족끼리 끊임없이 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역사적인 순간을 제외하고는 서로 다른 부족의 녹색 화성인들이 전투 외의 상황에서 함께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때는 타크의 위대한 타스 타카스가 15만 명의 녹색 전사들을 여러 부족에서 모아 조당가 도시를 공격했다.
헬리움의 공주 데자 토리스를 탄 코시스의 손아귀에서 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등을 맞대고 서서 눈을 크게 뜬 채 공통의 적이 보이는 명백한 적대감을 마주하고 있었다.

남녀 모두 장검과 단검으로 무장했지만 총기는 보이지 않았다.
총기만 있었다면 바숨의 섬뜩한 식물인간들은 순식간에 제거됐을 것이다.

식물인간의 우두머리가 작은 일행을 공격했다.
그의 공격 방식은 놀랍고 효과적이었다.
그 기이함 때문에 더욱 강력했다.
녹색 전사들의 전투 기술에는 이런 특이한 공격 방식에 대한 방어법이 없었다.
그들도 마주한 괴물들만큼이나 이런 공격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곧 분명해졌다.

식물인간은 일행에서 12피트 정도까지 접근한 뒤 도약해서 그들의 머리 위를 지나가려는 듯했다.
강력한 꼬리를 한쪽으로 높이 들었다가 그들 위를 지나면서 내리쳤다.
달걀 껍데기처럼 녹색 전사의 두개골을 박살내는 끔찍한 일격이었다.

끔찍한 무리의 나머지는 이제 희생자들 주변을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원을 그리며 돌았다.
엄청난 도약과 기괴한 입에서 나는 날카로운 가르랑 소리는 먹잇감을 혼란스럽게 하고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양쪽에서 동시에 두 마리가 뛰어올랐고, 무시무시한 꼬리의 강력한 일격에 저항할 겨를도 없이 두 명의 녹색 화성인이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이제 전사 한 명과 여자 둘만 남았다.
이들도 몇 초 안에 붉은 잔디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 같았다.

두 마리의 식물인간이 더 달려들었을 때, 지난 몇 분간의 경험으로 준비가 된 전사는 거대한 장검을 높이 들어올렸다.
돌진해 오는 거대한 몸을 깔끔하게 베어 한 식물인간을 턱에서 사타구니까지 갈랐다.

하지만 다른 한 마리는 잔인한 꼬리로 한 번 내리쳐서 여자 둘을 으스러뜨려 시체로 만들었다.

녹색 전사는 마지막 동료마저 쓰러지는 것을 보았고, 동시에 무리 전체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대담하게 그들과 맞서 싸웠다.
자신의 종족끼리 벌이는 잔혹하고 거의 끊임없는 전쟁에서 보았던 것처럼 장검을 무시무시하게 휘둘렀다.

좌우로 베고 가르며 전진하는 식물인간들 사이로 길을 열었다.
그리고 숲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분명 숲 속에서 피난처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절벽과 맞닿은 숲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광란의 추격전은 일행 전체를 내가 숨어있던 바위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했다.

위대한 전사가 엄청난 불리함 속에서도 벌인 고귀한 싸움을 지켜보며 가슴이 부풀었다.
늘 그래왔듯이 깊은 고민보다는 충동적으로, 즉시 숨어있던 바위에서 뛰쳐나와 죽은 녹색 화성인들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달렸다.
이미 명확한 행동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여섯 번의 큰 도약으로 그 자리에 도착했다.
도망치는 전사를 빠르게 추격하는 흉측한 괴물들을 쫓아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이번에는 거대한 장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가슴속에는 전사의 오래된 피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눈앞에는 붉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전투의 기쁨 속에서 늘 그래왔듯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빠르게 달렸지만 겨우 제때 도착했다.
녹색 전사는 숲까지 가는 길의 절반도 가지 못하고 추격당했다.
이제 바위를 등지고 서 있었고, 일시적으로 막힌 무리는 그의 주위에서 쉭쉭거리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머리 중앙의 외눈으로 먹잇감만 주시하고 있어서 소리 없이 다가가는 나를 알아채지 못했다.
거대한 장검으로 그들 사이에 뛰어들어 네 마리를 죽이고 나서야 내 존재를 알아챘다.

순간 내 맹렬한 공격에 물러섰고, 녹색 전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내 옆으로 뛰어와 좌우로 검을 휘둘렀다.
이런 모습은 단 한 명의 다른 전사에게서만 본 적이 있었다.
8자를 그리며 원을 그리는 큰 검술 동작은 적이 모두 쓰러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날카로운 검날은 살과 뼈와 금속을 마치 허공을 베듯 관통했다.

학살에 몰두하고 있을 때 머리 위에서 날카롭고 기이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전에 한 번 들었던 소리로, 무리를 희생자들에게 공격하도록 부르는 소리였다.
계속해서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주변의 사나운 괴물들과 싸우느라 그 끔찍한 소리의 주인공을 눈으로조차 찾을 수 없었다.

거대한 꼬리가 분노에 차 우리 주변을 휘둘렀고, 면도날 같은 발톱이 팔다리와 몸을 베었다.
으깨진 애벌레에서 나오는 것 같은 초록색 끈적한 진액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묻었다.
장검으로 베고 찌를 때마다 식물인간의 잘린 동맥에서 피 대신 흐르는 끈적한 액체가 우리에게 튀었다.

한번은 등에 괴물의 무거운 무게를 느꼈다.
날카로운 발톱이 살을 파고들었을 때, 축축한 입술이 발톱이 박힌 상처에서 생명의 피를 빨아들이는 끔찍한 감각을 경험했다.

앞에서 한 마리가 목을 노리며 맹렬히 공격했고, 양옆의 두 마리는 꼬리로 사납게 후려치고 있었다.

녹색 전사도 겨우 버티고 있었다.
이 불공평한 싸움이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때 거대한 전사가 내 곤경을 발견했다.
자신을 에워싼 적들을 뿌리치고 검을 한 번 휘둘러 내 등을 공격하던 놈을 쓸어냈다.
그 덕분에 나머지는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함께 거대한 바위에 등을 맞대고 서자 놈들은 더 이상 위에서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수 없었다.
땅에서는 우리가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
남은 놈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있을 때 머리 위에서 다시 날카로운 부름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절벽 면의 작은 자연 발코니에 이상한 모습의 남자가 서서 날카로운 신호를 지르고 있었다.
한 손으로는 강 하구 쪽을 가리키며 누군가를 부르는 듯했고, 다른 손으로는 우리를 가리키며 손짓을 했다.

그가 보는 방향을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의도를 알 수 있었고, 동시에 끔찍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초원을 가로질러 모든 방향에서, 숲에서, 강 건너 평지의 먼 곳에서 우리가 지금 싸우는 것과 같은 생물들이 백 갈래로 뛰어오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이상한 새로운 괴물들도 있었다.
때로는 똑바로 서서, 때로는 네 발로 빠르게 달려왔다.

"멋진 죽음이 될 거다."
내가 동료에게 말했다.
"저길 봐!"

내가 가리킨 방향을 재빨리 보더니 전사가 미소 지었다.

"적어도 우리는 위대한 전사답게 싸우며 죽을 수 있겠군, 존 카터."
동료가 대답했다.

그가 말할 때 우리는 마지막 적을 해치웠고,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놀라 돌아섰다.

그리고 놀란 내 눈앞에는 바숨 최고의 녹색인이 서 있었다.
가장 영리한 정치가이자 가장 강력한 장군, 나의 위대하고 훌륭한 친구, 타크의 제닥 타스 타카스였다.

2장. 숲속의 전투

타스 타카스와 나는 거대한 바위 앞에서 기괴한 모습의 시체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멀리 위쪽에서 이상한 형체가 내는 괴상한 소리에 맞춰 넓은 계곡 사방에서 무시무시한 생물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기에 서로의 경험을 나눌 시간조차 없었다.

"가자!"
타스 타카스가 외쳤다.
"절벽으로 가야 해.
일시적으로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거기 있다.
동굴이나 좁은 절벽 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곳이라면 우리 둘이서 이 잡다한 무장하지 않은 무리들을 영원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함께 붉은 잔디를 가로질러 달렸다.
나는 느린 동료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 내 속도를 조절했다.
바위에서 절벽까지는 약 300야드 정도 거리가 있었고, 우리를 쫓아오는 무시무시한 것들로부터 몸을 지킬 만한 적당한 은신처를 찾아야만 했다.

그들이 빠르게 따라잡아 올 때 타스 타카스는 내게 앞서 달려가서 우리가 찾는 피난처를 발견하라고 외쳤다.
좋은 제안이었다.
이렇게 하면 귀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나는 지구에서 단련한 근육의 모든 힘을 쏟아부어 절벽까지 남은 거리를 크게 뛰어넘었고, 순식간에 절벽 아래에 도착했다.

절벽은 계곡의 평평한 잔디밭에서 수직으로 솟아올랐다.
내가 지금까지 본 다른 절벽들과는 달리 무너져 내린 잔해들이 쌓여 거친 비탈을 이루는 곳이 없었다.
위에서 떨어져 잔디에 박혀있거나 그 위에 놓인 듬성듬성한 바위들만이 이 거대하고 우뚝 솟은 바위 더미가 무너진 흔적을 보여줄 뿐이었다.

절벽 표면을 대충 살펴본 결과 가슴이 철렁했다.
이상한 전령이 여전히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서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이 높은 절벽 어디에도 발을 디딜만한 곳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른쪽으로는 절벽 아래가 울창한 숲 속으로 사라졌다.
숲은 절벽 바로 아래에서 끝났는데, 천 피트나 되는 화려한 나뭇잎들이 차갑고 험상궂은 절벽과 마주하고 있었다.

왼쪽으로는 절벽이 넓은 계곡 위쪽을 가로질러 끊김 없이 이어져 보였고, 계곡을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산맥처럼 보이는 윤곽 속으로 사라졌다.

내 위치에서 천 피트 정도 떨어진 곳에서 강이 절벽 밑에서 바로 솟아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방향으로는 도망갈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여서 다시 숲으로 관심을 돌렸다.

절벽은 오천 피트나 되는 높이로 내 위에 우뚝 솟아있었다.
태양이 아직 절벽에 닿지 않아서 그늘진 부분은 칙칙한 노란색으로 보였다.
곳곳에 어두운 붉은색과 초록색 줄무늬가 있었고, 간간이 하얀 석영 지대도 보였다.

전체적으로 아름다웠지만, 처음 절벽을 살펴보는 그 순간에는 감상적인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때는 오직 탈출 수단으로만 절벽을 바라보았다.
빠져나갈 틈이나 갈라진 곳을 찾으려고 넓은 절벽을 재빨리 반복해서 살펴보다가, 갑자기 감옥에 갇힌 죄수가 잔인하고 견고한 감옥 벽을 증오하듯 절벽이 증오스러워졌다.

타스 타카스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고, 더 빠른 속도로 무시무시한 무리들이 그의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태양이 절벽 꼭대기를 지날 때까지 숲만이 유일한 선택지처럼 보였다.
타스 타카스에게 그쪽으로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내려던 찰나, 밝은 햇살이 칙칙한 표면을 비추자 절벽은 번쩍이는 금빛과 타오르는 붉은빛, 부드러운 초록빛, 반짝이는 흰빛으로 가득한 백만 개의 빛으로 폭발했다.
인간의 눈이 본 것 중 가장 화려하고 영감을 주는 광경이었다.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니 절벽 전체가 순금 광맥과 덩어리로 뒤덮여 있어서 마치 금으로 된 벽처럼 보였다.
루비와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바위가 튀어나온 부분을 제외하면 온통 금빛이었다.
이는 화려한 표면 뒤에 깊이 묻혀있는 엄청난 보물의 매혹적인 증거였다.

태양이 절벽 표면을 반짝이게 했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화려한 벽 위쪽에 선명하게 보이는 검은 점들이었다.
숲 꼭대기 근처에서 가지 아래쪽으로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곧바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단단한 벽을 파고드는 동굴 입구였다.
도달할 수만 있다면 탈출로나 임시 피난처가 될 수 있었다.

오른쪽에 있는 거대하고 높은 나무를 통과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나무를 오를 수 있다는 걸 잘 알았지만, 거대한 몸집과 엄청난 체중을 가진 타스 타카스에게는 힘이나 기술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화성인들은 기본적으로 등반에 서툴렀다.
그 고대 행성 전체에서 죽은 바다 바닥에서 4천 피트를 넘는 언덕이나 산을 본 적이 없었고, 대개 정상까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서 등반 연습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화성인들은 그런 기회가 있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언제나 높은 곳 주변을 우회하는 길을 찾을 수 있었고, 짧지만 힘든 길보다는 멀리 돌아가는 길을 선호했다.

절벽 근처의 나무를 타고 올라가 위쪽 동굴에 도달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타크인은 이 계획의 가능성과 어려움을 즉시 파악했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우리는 서둘러 절벽과 가장 가까운 나무로 향했다.

집요한 추격자들이 바짝 다가왔다.
타크의 제닥이 그들보다 먼저 숲에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타스 타카스도 크게 노력하지 않았다.
바숨의 녹색 인간들은 도망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어떤 형태의 죽음 앞에서도 도망가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타스 타카스는 수천 번, 아니 수만 번의 치열한 전투에서 가장 용감한 전사임을 증명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다른 이유로 도망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자부심이나 명예보다 더 큰 힘이 나를 이 무시무시한 파괴자들로부터 도망치게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내 경우는 사랑이었다.
신성한 데자 토리스에 대한 사랑이었다.
타크인이 갑자기 삶을 소중히 여기게 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이 이상하고 잔인하며 사랑 없이 불행한 종족은 보통 삶보다 죽음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숲의 그늘에 도착했다.
바로 뒤에서는 추격자들 중 가장 빠른 자가 달려왔다.
피를 빨아먹는 입을 우리에게 고정하려고 발톱을 뻗은 거대한 식물인간이었다.

그는 가장 가까운 동료보다 백 야드 정도 앞서 있었다.
나는 타스 타카스에게 절벽에 닿아있는 큰 나무를 오르라고 외쳤다.
내가 그 추격자를 처리하는 동안 움직임이 둔한 타크인이 전체 무리가 도착하기 전에 높은 가지에 올라갈 기회를 주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탈출 경로가 차단될 것이었다.

당면한 적의 교활함이나 동료들은 나와의 거리를 좁히는 속도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긴 검을 들어 치명타를 날리려 했을 때 그 생물은 돌진을 멈췄다.
검이 허공을 무의미하게 가르는 순간, 그것의 거대한 꼬리가 회색곰의 팔처럼 강력한 힘으로 잔디를 쓸며 내 몸을 땅으로 쓰러뜨렸다.
순식간에 짐승이 내 위로 덮쳐왔다.
그 끔찍한 입이 내 가슴과 목을 물어뜯기 전에 나는 양손으로 꿈틀거리는 촉수를 붙잡았다.

식물인간은 근육이 발달했고 무게도 무거웠으며 힘도 셌다.
하지만 내 지구인의 힘줄과 더 나은 민첩성, 그리고 그를 죽음의 목조르기로 잡고 있었기에, 방해받지 않고 서로의 능력을 겨룰 시간만 있었다면 결국 승리했을 것이다.
타스 타카스가 엄청난 어려움을 겪으며 기어오르고 있는 나무 주변에서 몸싸움을 벌이던 중, 적의 어깨 너머로 이제 바로 코앞까지 쫓아온 거대한 추격자 무리를 순간적으로 보았다.

마침내 절벽 위의 남자가 이상한 소리로 부른 식물인간들과 함께 온 다른 괴물들의 정체를 알았다.
바숨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생물인 거대한 흰 유인원이었다.

화성에서의 이전 경험으로 이들과 그들의 행동방식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이상한 세계의 무시무시하고 기괴한 모든 생물 중에서 흰 유인원이 내게 가장 큰 공포를 느끼게 했다.

이 유인원들이 내게 주는 감정의 원인은 지구인과 놀랍도록 비슷한 모습 때문이었다.
거대한 크기와 함께 인간다운 외모는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키는 15피트나 되고 뒷다리로 똑바로 걸었다.
녹색 화성인처럼 상체와 하체 중간에 팔이 하나 더 있었다.
눈은 매우 가깝게 붙어있지만 녹색 화성인처럼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귀는 높이 달려있고 녹색인보다 더 옆으로 붙어있었다.
주둥이와 이빨은 아프리카 고릴라와 매우 비슷했다.
머리에는 거칠고 큰 덤불 같은 털이 자라있었다.

적의 어깨 너머로 이런 흰 유인원들과 무시무시한 식물인간들의 눈을 보았다.
그때 으르렁대고, 물어뜯고, 비명을 지르며, 가르랑거리는 분노의 거대한 물결이 나를 덮쳤다.
그들에게 깔려 들리는 모든 소리 중에서 식물인간의 끔찍한 가르랑거림이 가장 소름끼쳤다.

순식간에 수십 개의 잔인한 송곳니와 날카로운 발톱이 내 살을 파고들었다.
차가운 빨판 같은 입술이 내 동맥에 달라붙었다.
몸을 빼내려고 발버둥쳤고, 거대한 몸들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일어서는데 성공했다.
여전히 긴 검을 쥐고 있었고, 단검처럼 쓸 수 있도록 손잡이를 짧게 잡고 그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순간적으로 자유의 몸이 되었다.

글로 쓰는 데는 몇 분이 걸렸지만 실제로는 몇 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타스 타카스는 내 곤경을 보고 엄청난 노력으로 겨우 올랐던 낮은 가지에서 뛰어내렸다.
마지막 적을 던져버리자 거대한 타크인이 내 옆으로 뛰어왔고, 우리는 전에 수백 번 했던 것처럼 다시 등을 맞대고 싸웠다.

사나운 유인원들이 계속해서 달려들었고, 우리는 검으로 그들을 계속 물리쳤다.
식물인간들은 여러 방향에서 돌진하거나 그레이하운드처럼 민첩하게 우리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거대한 꼬리가 엄청난 힘으로 우리 주변을 휘둘렀다.
하지만 모든 공격은 화성 최고의 검객이라 불린 지 20년이나 된 검의 달인들의 번쩍이는 칼날을 만났다.
타스 타카스와 존 카터는 전사들의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전사들의 세계에서 최고의 검객 둘이라도 차가운 강철이 심장을 멈추게 할 때까지 패배를 모르는 거칠고 사나운 짐승들의 압도적인 숫자를 영원히 막아낼 수는 없었다.
한 걸음씩 밀려났다.
마침내 올라가기로 한 거대한 나무에 등을 기댔다.
계속되는 돌격이 우리에게 몰려올 때마다 계속 물러났고, 결국 거대한 나무 둥치의 절반까지 돌아가게 되었다.

타스 타카스가 앞에 있었는데, 갑자기 그가 기쁨의 작은 외침을 내질렀다.

"여기 최소한 한 명은 숨을 곳이 있다, 존 카터."
그가 말했다.
아래를 보니 나무 밑동에 지름 3피트 정도의 구멍이 있었다.

"들어가, 타스 타카스."
내가 외쳤지만 그는 거절했다.
자신의 몸집이 작은 구멍에 비해 너무 크고 내가 쉽게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밖에 있으면 우리 둘 다 죽는다, 존 카터.
여기서 한 명은 살아남을 기회가 있다.
네가 들어가서 살아남아 나를 위해 복수해라.
이 악마들이 사방에서 우리를 에워싼 상황에서 이렇게 작은 구멍에 내 몸을 밀어 넣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 함께 죽자, 타스 타카스."
내가 대답했다.
"난 먼저 들어가지 않겠다.
네가 들어가는 동안 입구를 지킬 테니, 그 다음에 내 작은 체구로 그들이 막기 전에 따라 들어가겠다."

우리는 대화하는 중에도 맹렬히 싸웠다.
대화는 끊어졌고 사나운 베기와 찌르기로 가득했다.

결국 그가 동의했다.
넓은 계곡을 가로질러 사방에서 계속 몰려오는 적들로부터 우리 중 한 명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자네는 늘 그랬지, 존 카터.
자신의 목숨은 마지막에 생각하고, 바숨을 다스리는 가장 위대한 제닥까지 포함해서 다른 이들의 생명과 행동을 지휘하려 들었어."

가장 위대한 제닥이 자신의 절반도 안 되는 키의 다른 세계 생명체 명령에 따르려 할 때, 그의 잔인하고 강인한 얼굴에 냉정한 미소가 떠올랐다.

"실패하면, 존 카터,"
그가 말했다.
"자네가 우정의 의미를 가르쳐준 잔인하고 무정한 타크인이 나와서 자네 곁에서 함께 죽을 것이네."

"원하는 대로 하자, 친구."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빨리 해야 해.
내가 뒤를 지킬 테니 머리부터 들어가."

그는 그 말에 잠시 망설였다.
끊임없는 전투의 삶에서 죽거나 패배한 적이 아닌 상대에게 등을 돌린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타스 타카스."
내가 재촉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둘 다 헛되이 패배할 거다.
나 혼자서는 영원히 그들을 막을 수 없어."

그가 나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땅으로 내려가자 짖어대는 끔찍한 악마들이 한꺼번에 내게 달려들었다.
번쩍이는 칼날이 좌우로 날아다녔다.
때로는 식물인간의 끈적한 즙으로 초록색이 되었다가, 때로는 거대한 흰 유인원의 진홍빛 피로 붉어졌다.
칼날은 한 적에서 다른 적으로 계속 날아갔고, 야만적인 심장 한가운데서 생명의 피를 마시는데 아주 짧은 순간만 머물렀다.

이렇게 전에 없이 치열하게 싸웠다.
인간의 근육이 그 끔찍한 돌격과 격렬하게 싸우는 수 톤의 무시무시한 살덩어리를 견딜 수 있었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상대와 맞섰다.

우리가 도망칠까 봐 두려워한 생물들은 나를 쓰러뜨리려는 노력을 배로 늘렸다.
내 주변 땅은 그들의 죽은 동료와 죽어가는 동료들로 높이 쌓였지만, 결국 그들은 나를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그날 두 번째로 그들 밑에 깔렸고, 다시 한번 그 끔찍한 빨판 같은 입술이 내 살을 빨아들이는 걸 느꼈다.

하지만 쓰러지자마자 강력한 손이 내 발목을 잡는 걸 느꼈고, 순식간에 나무 안쪽으로 끌려들어갔다.
잠시 타스 타카스와 내 가슴을 집요하게 붙잡고 있던 거대한 식물인간 사이에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곧 긴 검 끝을 식물인간의 밑으로 찔러넣어 강력한 일격으로 급소를 관통했다.

수많은 잔인한 상처로 찢기고 피 흘리며, 나무 속 빈 공간에서 헐떡이며 누워있는 동안 타스 타카스는 밖의 광포한 무리들로부터 입구를 지켰다.

한 시간 동안 그들은 나무 주변에서 울부짖었다.
몇 번 우리에게 다가오려 시도한 후에는 공포스러운 비명과 고함으로 위협만 했다.
거대한 흰 유인원들은 무시무시하게 으르렁거렸고 식물인간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섬뜩한 가르랑 소리를 냈다.

마침내 우리의 탈출을 막으려고 남겨진 스무 명 정도를 제외하고 모두 떠났다.
이 모험은 포위 상태로 이어질 것 같았고, 결국 굶어 죽을 수밖에 없어 보였다.
밤중에 빠져나갈 수 있다 해도 이 낯설고 적대적인 계곡에서 탈출할 방향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적들의 공격이 멈추고 눈이 이상한 은신처 안의 어스름한 빛에 익숙해지자, 피난처를 살펴볼 기회를 잡았다.

나무는 지름 50피트 정도가 비어있었고, 평평하고 단단한 바닥으로 보아 우리 전에도 다른 이들이 자주 거처로 사용했던 것 같았다.
높이를 확인하려고 위쪽을 올려다보니 아주 높은 곳에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위에 구멍이 있었다.
그곳까지 올라갈 수만 있다면 절벽 동굴로 피신할 희망이 있었다.
이제 눈이 어두운 내부에 완전히 적응했고, 계속 살펴보다가 동굴 맨 끝에서 거친 사다리를 발견했다.

재빨리 사다리를 올라갔다.
꼭대기에서 나무 줄기 안쪽의 좁아진 통로처럼 된 공간을 가로지르는 수평 나무 막대들 중 가장 아래쪽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 막대들은 3피트 간격으로 하나씩 위로 설치되어 있었고, 보이는 곳까지 완벽한 사다리를 이루고 있었다.

다시 바닥으로 내려와서 타스 타카스에게 발견한 것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입구에서 있을지 모르는 공격을 막는 동안 내가 안전한 선에서 위쪽을 최대한 탐험해보라고 제안했다.

이상한 통로를 서둘러 탐험하면서 수평 막대 사다리가 눈이 닿는 곳까지 계속 이어진 것을 발견했다.
올라갈수록 위에서 오는 빛이 점점 밝아졌다.

500피트나 계속 올라갔고, 마침내 빛이 들어오는 줄기의 구멍에 도달했다.
나무 아래쪽 입구와 비슷한 크기였고, 커다란 평평한 가지로 직접 이어졌다.
가지의 닳은 표면으로 보아 어떤 생물이 이 특이한 통로를 오가는 통로로 오랫동안 사용했음이 분명했다.

통로가 발견되어 이쪽으로의 퇴로가 막힐까 봐 가지 위로 나가보지는 않았다.
대신 서둘러 발걸음을 돌려 타스 타카스에게 돌아갔다.

곧 타스 타카스에게 도착했고 우리는 함께 위쪽 구멍을 향해 긴 사다리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타스 타카스가 앞서 갔다.
내가 첫 번째 수평 막대에 도달하자 사다리를 끌어올려 그에게 건넸다.
그는 사다리를 100피트 더 위로 가져가서 막대 하나와 통로 벽 사이에 안전하게 끼워 넣었다.
같은 방식으로 올라가면서 아래쪽 막대들을 하나씩 제거했다.
곧 나무 아래쪽 100피트 구간에는 올라갈 수 있는 모든 수단이 사라졌다.
이로써 뒤에서의 추격과 공격 가능성을 차단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 예방책은 우리를 위험한 상황에서 구했고 결국 구원의 수단이 됐다.

꼭대기 구멍에 도달했을 때 타스 타카스는 한쪽으로 비켜섰다.
내가 밖으로 나가 살펴보라는 뜻이었다.
더 가볍고 민첩한 내가 이 아찔한 공중 통로를 지나기에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내가 서 있던 가지는 절벽을 향해 약간 위쪽으로 올라갔다.
가지를 따라가보니 좁은 동굴 입구의 절벽 면에서 튀어나온 좁은 턱 위로 몇 피트 지점에서 끝났다.

가지 끝의 더 가는 부분으로 다가가자 내 무게로 휘어졌다.
가장 바깥쪽 끝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잡고 있을 때, 가지는 턱과 같은 높이에서 2피트 정도 떨어진 채 부드럽게 흔들렸다.

500피트 아래로는 계곡의 선명한 붉은 융단이 펼쳐져 있었다.
거의 5천 피트 위로는 웅장하고 빛나는 절벽이 솟아있었다.

내 앞의 동굴은 지상에서 봤던 것들과 달랐다.
그것들은 천 피트 정도 더 높은 곳에 있었다.
하지만 우리 목적에는 다른 동굴만큼 좋아 보여서 타스 타카스를 데리러 나무로 돌아갔다.

함께 흔들리는 통로를 따라 기어갔지만, 가지 끝에 도달했을 때 우리의 합친 무게로 가지가 너무 많이 처져서 동굴 입구가 닿을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결국 타스 타카스가 가지를 따라 돌아가기로 했다.
그는 가장 긴 가죽 고삐 끈을 내게 맡겼다.
가지가 동굴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올라오면 내가 들어가고, 타스 타카스가 돌아오면 끈을 내려서 그를 안전한 턱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우리는 실수 없이 이를 해냈고, 곧 아찔한 작은 발코니 가장자리에 함께 서서 아래로 펼쳐진 계곡의 장관을 바라보았다.

눈이 닿는 곳까지 화려한 숲과 진홍빛 잔디가 고요한 바다를 둘러싸고 있었고, 그 모든 것 위로 찬란한 절벽이 수호자처럼 솟아있었다.
한때 멀리 흔들리는 나무 꼭대기 사이로 태양 아래 반짝이는 금빛 첨탑을 본 것 같았지만, 이 아름답지만 위험한 곳에서 문명인의 거처를 발견하고 싶은 강한 욕망이 만들어낸 환상이라 생각하고 곧 그 생각을 버렸다.

아래 강가에서는 거대한 흰 유인원들이 타스 타카스의 이전 동료들의 마지막 잔해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한편 식물인간 무리들은 잔디밭을 가장 매끈한 잔디처럼 깎아가며 점점 더 넓은 원을 그리며 풀을 뜯고 있었다.

이제 나무에서의 공격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동굴을 탐험하기로 했다.
이 동굴은 우리가 이미 지나온 길의 연장선일 것이라 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
신들만이 아는 어딘가로 이어졌지만, 분명 이 잔혹한 계곡에서 벗어나는 길이었다.

앞으로 나아가자 단단한 절벽을 파서 만든 균형 잡힌 터널이 나왔다.
벽은 바닥에서 20피트 정도 높이로 솟아있었고, 폭은 5피트 정도였다.
천장은 아치형이었다.
불을 밝힐 방법이 없어서 점점 깊어지는 어둠 속을 천천히 더듬어 나갔다.
타스 타카스는 한쪽 벽을 짚고, 나는 다른 쪽 벽을 더듬었다.
갈라지는 길에서 헤어지거나 복잡한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손을 맞잡았다.

우리가 터널을 얼마나 걸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곧 더 이상의 진행을 막는 장애물을 만났다.
동굴이 갑자기 끝난다기보다는 칸막이처럼 보였다.
절벽의 재료가 아닌 매우 단단한 나무 같은 것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조용히 손으로 표면을 더듬다가 버튼을 발견했다.
지구의 문손잡이처럼 화성에서는 이것이 문을 나타내는 일반적인 표시였다.

부드럽게 눌러보니 문이 천천히 열리는 것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우리는 희미하게 불이 켜진 방을 들여다보게 됐다.
보이는 한도 내에서는 아무도 없어 보였다.

더 망설이지 않고 문을 활짝 열고 거대한 타크인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섰다.
잠시 조용히 방을 둘러보고 있을 때 뒤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 재빨리 돌아봤다.
놀랍게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문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닫히는 것을 보았다.

즉시 문을 다시 열기 위해 달려들었다.
문이 움직이는 섬뜩한 모습과 방 안의 팽팽하고 거의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침묵이 황금 절벽 내부의 이 바위로 둘러싸인 방에 숨어있는 사악한 무언가를 예고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손가락은 굳게 닫힌 문을 헛되이 할퀴었고, 눈은 우리를 들어오게 했던 버튼과 같은 것을 찾아 헤매었다.

그때 보이지 않는 입술에서 잔인하고 조롱하는 웃음소리가 황량한 공간을 울렸다.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