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붉은 과일 하나를 먹은 염소치기 소년이 전생의 기억을 되찾아 왕국을 찾아 나서지만, 악마의 함정에 빠져 두 번 왕좌를 잃는 환상적 비극이다.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의 조티크 시리즈 여덟번째 작품.
예고편
신코르 지방의 메마른 언덕에서 염소를 치던 소년 지트라는 어느 여름날, 전에 가본 적 없는 깊은 계곡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시원한 못과 푸른 목초지가 펼쳐져 있었다.
양떼를 그곳에 두고 계곡을 탐험하던 지트라는 신비한 동굴 입구를 발견한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소년은 동굴로 들어가 가파른 통로를 따라 내려간다.
깊은 곳에 이르자 황금빛 천장과 푸른 초원이 펼쳐진 환상적인 정원 왕국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풀과 꽃들, 그리고 피처럼 붉은 열매가 달린 나무들이 있었다.
유혹을 이기지 못한 지트라는 붉은 열매를 따먹는다.
그 순간 이상한 열기가 그를 감싸고, 거대한 갑옷 입은 존재들을 보게 된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소년은 도망쳐 지상으로 돌아와 양떼를 모아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지트라는 이상한 환상에 시달린다.
자신이 칼리즈의 아메로 왕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그는 삼촌 포르노스에게 돌아가 자신이 왕이며 샤테어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르노스는 그가 악마의 정원에 들어가 마법의 열매를 먹었다고 경고하지만 듣지 않는다.
다음 날 새벽, 지트라는 집을 떠나 자신의 왕국을 찾아 나선다.
여러 달 동안 낯선 지역을 헤매며 칼리즈를 찾아 동쪽으로 여행한다.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미리보기
옛날 염소치기였던 왕이 왕위를 되찾았다가 다시 잃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기묘한 이야기.
악마의 그물은 교묘하고 다양하니, 악마는 자신이 선택한 자를 태어남에서 죽음까지, 죽음에서 또 다른 죽음까지, 여러 생을 거쳐 따라다닌다.
- 카르나마고스의 성서
동쪽 끝 신코르 지방의 미크라시안 산맥 앞에 웅크린 황갈색 언덕에서 붉은 불꽃 같은 태양이 오랫동안 맴돌았다.
산봉우리에서 흘러내리던 급류는 가는 실처럼 줄어들거나 멀리 떨어진 웅덩이가 되었다.
화강암 바위는 열기로 부서졌고, 맨땅은 갈라지고 터졌으며, 낮고 빈약한 풀들은 뿌리까지 말라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소년 지트라는 삼촌 포르노스의 검은색과 얼룩무늬 염소들을 돌보며 매일 계곡과 언덕 꼭대기를 더 멀리 따라가야만 했다.
늦여름 어느 오후, 지트라는 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깊고 험한 계곡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숨겨진 샘물로 차오른 시원하고 그늘진 못이 있었다.
못 주변의 돌층계 비탈에는 봄의 푸르름을 아직 간직한 풀과 덤불이 뒤덮여 있었다.
놀라움과 감탄으로 가득 찬 어린 염소치기는 깡충거리는 양떼를 따라 이 보호된 낙원으로 들어갔다.
포르노스의 염소들이 이렇게 좋은 목초지에서 멀리 떠날 리 없었기에, 지트라는 더 이상 염소들을 지켜보지 않았다.
황금빛 포도주처럼 반짝이는 맑은 물로 목을 축인 후, 주변 환경에 매료되어 계곡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지트라에게 진정한 낙원 같은 정원으로 보였다.
이미 온 거리가 멀다는 것과 염소들이 젖 짜는 시간에 늦게 돌아오면 받게 될 포르노스의 분노는 잊은 채, 계곡을 보호하는 구불구불한 바위 사이로 더 깊이 들어갔다.
사방의 바위는 점점 더 험악하고 거칠어졌고, 계곡은 좁아졌다.
곧 그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험한 벽 앞에 서게 됐다.
막연한 실망감을 느끼며 돌아가려던 찰나, 깎아지른 벽 아래에서 신비로운 동굴 입구를 발견했다.
갈라진 선이 선명하고 주변 표면의 균열이 다른 곳에 풍부한 이끼로 덮이지 않은 걸 보니, 바위는 그가 오기 직전에 열린 것 같았다.
동굴 입구의 틈새에서는 뿌리가 공중에 매달린 작은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단단한 주근은 지트라의 발치에 있는 바위에 박혀 있었는데, 분명 나무는 원래 그곳에 서 있었을 것이다.
호기심 가득한 소년은 동굴의 유혹적인 어둠 속을 들여다보았다.
이상하게도 부드럽고 향긋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 공기에는 사원의 향과 아편 꽃의 나른함과 사치스러움을 연상시키는 이상한 향이 섞여 있었다.
그 향은 지트라의 감각을 어지럽혔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는 놀라운 것들을 약속하며 그를 유혹했다.
망설이며 포르노스가 들려준 전설들을 떠올리려 했다.
그것은 자신이 우연히 발견한 것과 같은 숨겨진 동굴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위험하고 금지된 마법 같은 것들의 희미한 감각만 남기고 그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동굴은 미지의 세계로 가는 입구이고, 그의 입장을 허락하려고 열렸다고 생각했다.
모험심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성격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느낄 법한 두려움에 위축되지 않았다.
강한 호기심에 사로잡혀 절벽의 나무에서 떨어진 건조하고 송진 냄새나는 나뭇가지를 횃불로 들고 동굴로 들어갔다.
입구를 지나자 거대한 용의 목구멍처럼 아래로 향하는 거친 아치형 통로가 그를 삼켰다.
알 수 없는 깊은 곳에서 불어오는 따뜻하고 향긋한 바람이 세져서 횃불의 불꽃이 뒤로 휘어지며 연기를 내뿜었다.
동굴은 위험할 정도로 가팔랐지만, 지트라는 계단처럼 생긴 바위의 모서리와 돌출부를 잡고 계속 탐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