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지옥의 불꽃으로 자라난 왕의 비밀 정원에서 잘려진 신체와 식물이 하나 되어 복수의 순간을 기다린다.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의 조티크 시리즈 열네번째 작품.
예고편
소타르의 섬나라를 다스리는 아돔파 왕은 궁전 안에 높은 화강암 벽으로 둘러싸인 비밀 정원을 가지고 있다.
이 정원의 존재는 왕과 궁정 마법사 드웨룰라스만이 알고 있으며, 그들은 항상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정원을 방문한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원에 대한 여러 소문이 돌고 있다.
어떤 이들은 정원이 독성 식물로 가득 차 있다고 하고, 또 다른 이들은 더 끔찍한 이야기들을 속삭인다.
정원이 만들어진 이후 궁전에서는 독살로 추정되는 죽음이 여러 건 있었고, 왕이나 마법사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진실은 더욱 기이하다.
정원 중앙에는 지옥에서 솟아올랐다는 불꽃 구체가 공중에 떠 있고, 그 붉은 빛과 열기 아래에서 지상의 어떤 태양으로도 자랄 수 없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드웨룰라스는 이 식물들에 사람의 신체 부위를 접목하는 실험을 한다.
왕과 마법사가 제거하고 싶었던 사람들의 귀, 머리, 눈, 가슴이 식물의 일부가 되어 기이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어느 한밤중, 아돔파는 8일간 총애했던 후궁 툴로네아의 방이 비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정원에 도착한 그는 드웨룰라스가 이미 그곳에서 툴로네아를 데다임이라는 식물에 접목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마법사의 지시에 따라 툴로네아의 교묘한 손만이 데다임의 가지 끝에 접합된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아돔파는 드웨룰라스에게 갑작스러운 혐오감을 느끼고, 마법사가 툴로네아의 몸을 무덤에 묻으려는 순간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과연 왕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고 그 선택이 가져올 결과는 무엇일까?
미리보기
지옥의 꺼지지 않는 불꽃 아래 있는 붉은 정원의 주인이여.
그대의 정원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악마의 머리를 열매로 맺는 나무가 피어나고, 뱀처럼 기어가는 바아라스라 불리는 뿌리가 있네.
그곳에서 창백하고 갈라진 맨드레이크들이 스스로 땅에서 뽑혀나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그대의 이름을 부르니,
새로 저주받은 자들은 분노와 이상한 비통함으로 울부짖는 악마들이 지나가는 것이라 여기리라.
- 루다르가 타사이돈에게 바치는 기도문
소타르라는 동양의 넓은 섬나라를 다스리는 아돔파 왕은 궁전 영지 안에 비밀 정원을 가지고 있었다.
이 정원의 존재는 아돔파 왕과 궁정 마법사 드웨룰라스만이 알고 있었다.
감옥처럼 위압적이고 높은 정사각형 화강암 벽은 누구나 볼 수 있었다.
그 벽은 당당한 비프우드 나무와 녹나무, 그리고 형형색색의 꽃밭 위로 높이 솟아있었다.
하지만 정원 내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아는 것이 없었다.
정원 관리는 아돔파의 지시 아래 마법사만이 할 수 있었고, 둘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말로만 대화를 나눴다.
두꺼운 청동문은 둘만이 아는 비밀스러운 장치로 열렸다.
왕과 드웨룰라스는 혼자서든 함께든 다른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만 정원을 방문했다.
문이 열리는 것을 본 사람조차 없었다.
사람들은 그 정원이 납과 구리로 된 거대한 판으로 덮여 있어서 가장 작은 별빛조차 들여다볼 틈이 없다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드웨룰라스가 마법으로 주변 전체를 망각의 잠에 빠뜨려 정원을 방문하는 동안 주인들의 사생활을 보장한다고 맹세했다.
이렇게 두드러진 비밀은 당연히 호기심을 자아냈고, 정원의 본질에 대해 여러 가지 소문이 퍼졌다.
어떤 이들은 정원이 밤에 자라는 사악한 식물들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그 식물들은 아돔파가 사용할 수 있는 빠르고 맹독성인 독을 만들어냈고, 마법사는 이를 이용해 더욱 교활하고 해로운 마법을 부렸다.
이런 이야기들은 근거가 없지 않아 보였다.
비밀 정원이 만들어진 후, 왕궁에서는 독살로 추정되는 죽음이 여러 건 있었고, 마법사가 보낸 것이 분명한 재앙들도 있었다.
게다가 아돔파나 드웨룰라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더 터무니없는 이야기들도 미신을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속삭여졌다.
어린 시절부터 왕을 둘러싼 부자연스러운 악명은 더욱 끔찍한 색채를 띠게 되었다.
마녀 같은 어머니가 태어나기도 전에 대악마에게 팔았다는 소문이 있는 드웨룰라스는 다른 어떤 마법사보다도 더 깊고 냉혹한 타락으로 새로운 악명을 얻었다.
아돔파 왕은 검은 양귀비 즙으로 얻은 잠과 꿈에서 깨어나 달이 지고 새벽이 오기 전 죽은 듯 고요한 시간에 일어났다.
궁전 주변은 묘지처럼 조용했다.
궁전의 사람들은 포도주와 마약, 아락주에 취해 깊이 잠들어 있었다.
궁전 주변의 정원들과 수도 로이테는 남쪽 하늘의 바람 없는 느린 별들 아래 잠들어 있었다.
이때가 아돔파와 드웨룰라스가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고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을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돔파는 밖으로 나왔다.
자신의 방 옆에 있는 등불 없는 방을 검은 청동 등불로 잠깐 비춰보았다.
그 방은 툴로네아가 있던 곳이었다.
툴로네아는 8일이나 되는 긴 기간 동안 왕의 총애를 받은 후궁이었다.
하지만 왕은 어지러운 비단 침대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드웨룰라스가 이미 정원에 가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게다가 드웨룰라스가 빈손으로 가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궁전 정원은 어둠에 잠겨 왕이 원하는 비밀을 잘 지키고 있는 듯했다.
왕은 높이 솟은 텅 빈 벽에 있는 닫힌 청동문 앞에 도착했다.
문에 다가가며 코브라처럼 날카로운 쉿 소리를 냈다.
이 소리가 오르내리자 문이 조용히 안쪽으로 열렸다가 그의 뒤에서 소리 없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