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숨 존카터 화성의 소녀 투비아

작품

개요

죽어가는 화성에서 펼쳐지는 운명적 사랑, 카토리스와 투비아의 목숨을 건 모험이 시작된다.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바숨 존카터 시리즈 네번째 작품.

이미지

예고편

붉은 황혼이 화성의 지평선을 물들이고, 두 개의 달이 하늘에 떠오른다.
프타스의 공주 투비아는 궁전 발코니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본다.
그녀의 눈에는 슬픔이 깃들어 있다.

"공주님, 두사르의 왕자 아스톡이 도착했습니다."

투비아는 한숨을 내쉰다.
또 다시 시작될 원치 않는 구애를 준비하며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린다.

화려한 연회장.
아스톡은 투비아에게 다가가 강제로 그녀의 손을 잡는다.

"언젠가는 당신이 내 것이 될 겁니다, 공주님.
당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때, 문이 열리고 헬리움의 왕자 카토리스가 들어선다.
그의 눈빛이 아스톡을 향한다.

"공주님을 놓아주시지."

두 왕자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투비아의 심장이 빠르게 뛴다.

장면이 바뀌고, 어둠 속에서 바스 코르가 카토리스의 비행선을 조작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번진다.

"헬리움의 왕자는 이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다음 날 아침, 프타스 전체가 혼란에 빠진다.
"공주님이 납치되었다!"

카토리스는 즉시 비행선에 오른다.
"투비아를 찾을 것이다.
내 목숨을 걸고."

하지만 조작된 항법 장치로 인해 그의 비행선은 버려진 도시 안토르로 향한다.
불시착한 카토리스는 폐허 속에서 투비아의 찢어진 망토 조각을 발견한다.

한편, 투비아는 녹색 화성인 타르 반에게 붙잡혀 있다.
"당신은 이제 내 배우자가 될 것이다, 붉은 피부의 여인."

투비아는 용감하게 맞선다.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

카토리스는 녹색 화성인들의 영토로 들어간다.
그는 밤중에 토쿠아스 부족의 캠프에 잠입한다.
투비아를 찾아 헤매던 그는 마침내 그녀가 갇힌 감옥을 발견한다.

"카토리스!"
"투비아, 당신을 찾았습니다."

그들의 재회는 짧게 끝난다.
경비병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경보가 울린다.
카토리스는 검을 뽑아들고 투비아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

수십 명의 녹색 화성인들이 그들을 포위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진다.
흰 유인원들의 무리가 캠프를 습격한 것이다.

혼란 속에서 카토리스와 투비아는 탈출한다.
그들은 죽어가는 바다의 밑바닥을 가로질러 달린다.
뒤에서는 녹색 화성인들과 흰 유인원들이 쫓아온다.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카토리스?"
"반드시 살아남을 겁니다.
제가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그때, 그들 앞에 두사르의 군대가 나타난다.
아스톡과 바스 코르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다, 헬리움의 왕자."

카토리스는 투비아를 뒤로 하고 검을 들어올린다.
"끝까지 싸울 것이다."

줄거리

프타스의 공주 투비아는 두사르의 왕자 아스톡의 집요한 구애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화성 전역에 알려져 있었고, 많은 귀족들이 그녀의 손을 원했다.
하지만 투비아의 마음은 이미 헬리움의 용맹한 왕자 카토리스에게 기울어 있었다.

어느 날, 아스톡이 또다시 투비아를 괴롭히던 중 카토리스가 나타나 그녀를 구해주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을 때, 오랜 시간 억눌러왔던 감정이 표면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투비아는 이미 카올의 제닥 쿨란 티스와 정략결혼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카토리스에게 이별을 고했다.

한편, 두사르의 음모가 바스 코르는 카토리스를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그는 노예로 위장해 카토리스의 궁전에 잠입했다.
밤중에 바스 코르는 카토리스의 비행선 항법 장치를 교묘하게 조작했다.

다음 날 아침, 투비아가 납치되었다는 소식이 화성 전역을 뒤흔들었다.
카토리스는 즉시 그녀를 찾아 나서려 했지만, 그에게 의심의 눈길이 쏠렸다.
프타스의 군대가 그를 체포하기 위해 헬리움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카토리스는 서둘러 프타스로 향했다.

하지만 조작된 항법 장치 때문에 그의 비행선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카토리스는 수천 년 동안 버려진 도시 안토르에 불시착했다.
그곳에서 그는 투비아의 찢어진 망토 조각을 발견했다.

한편, 투비아는 납치자들에 의해 안토르에 버려졌다가 녹색 화성인 토쿠아스 부족의 족장 타르 반에게 다시 납치되었다.
타르 반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자신의 배우자로 삼으려 했다.
투비아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녹색 화성인의 괴력 앞에서는 무력했다.

카토리스는 투비아의 흔적을 따라 녹색 화성인들의 영토로 들어갔다.
그는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토쿠아스 부족의 캠프에 잠입했다.
밤중에 투비아의 감옥에 도달한 카토리스는 그녀를 구출하려 했지만, 타르 반의 경비병들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카토리스는 용맹하게 싸웠지만, 수적 열세에 놓였다.
그때, 예상치 못한 도움이 나타났다.
흰 유인원들이 갑자기 토쿠아스 부족을 습격한 것이다.
혼란 속에서 카토리스는 투비아를 데리고 탈출했다.

그들은 죽어가는 바다의 밑바닥을 가로질러 도망쳤다.
뒤에서는 녹색 화성인들과 흰 유인원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카토리스와 투비아는 서로를 지키며 수많은 위험을 헤쳐나갔다.

그러나 그들 앞에는 더 큰 위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사르의 왕자 아스톡과 바스 코르가 이끄는 군대가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카토리스와 투비아는 전투를 준비한다.

미리보기

1장. 카토리스와 투비아

화려한 피말리아 꽃 아래 반들반들한 에르사이트 돌로 만든 거대한 벤치에 한 여인이 앉아있었다.
보석이 흩뿌려진 산책로에서 여인의 곱상한 발이 초조하게 움직였다.
프타스의 제닥 투반 딘의 왕실 정원에는 웅장한 소라푸스 나무들이 붉은 잔디를 가로질러 서 있었다.
그곳에서 검은 머리카락의 붉은 피부를 가진 전사가 여인에게 몸을 숙이고 귓가에 뜨거운 말을 속삭였다.

"아, 프타스의 투비아여.
당신은 내 불타는 사랑 앞에서조차 차갑기만 하군!
당신의 신성하고 영원한 모습을 받치고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벤치의 에르사이트 돌도 당신의 마음만큼 차갑지는 않아!
프타스의 투비아여, 말해주오.
지금은 날 사랑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그래, 언젠가는, 나의 공주님이..."

투비아는 놀람과 불쾌감에 벌떡 일어났다.
매끈한 붉은 어깨 위로 고고한 머리를 치켜들었다.
어두운 눈동자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아스톡, 당신은 바숨의 관습과 예의를 잊은 것 같군.
투반 딘의 딸에게 이런 식으로 말할 권리를 준 적 없어.
그런 권리를 얻은 적도 없고."

아스톡은 갑자기 손을 뻗어 투비아의 팔을 붙잡았다.

"당신은 반드시 내 공주가 될 것이다!"
그가 소리쳤다.
"이수스의 가슴에 맹세코, 두사르의 왕자 아스톡과 그의 마음이 원하는 것 사이에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어.
다른 누군가가 있다고 말해봐.
그자의 더러운 심장을 도려내 죽은 바다 밑바닥의 야생 칼롯들에게 던져주겠어!"

남자의 손이 살갗에 닿자 투비아의 구리빛 피부가 창백해졌다.
화성 왕실의 여인들은 거의 신성시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두사르의 왕자 아스톡의 행동은 모독이나 다름없었다.
프타스의 투비아의 눈에는 두려움이 아닌 혐오감만이 가득했다.
남자의 행동과 그로 인한 결과가 끔찍했기 때문이다.

"손을 놓아라."
투비아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남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투비아를 거칠게 끌어당겼다.

"놓으라고 했다!"
투비아가 날카롭게 외쳤다.
"경비대를 부르겠다.
두사르의 왕자도 그 결과가 어떨지 잘 알테지."

아스톡은 재빨리 오른팔로 투비아의 어깨를 감싸 안고 입술을 가까이 가져가려 했다.
투비아는 작게 비명을 지르며 자유로운 팔에 끼고 있던 무거운 팔찌로 그의 입을 세게 쳤다.

"이 칼롯 같으니!"
투비아가 외치고는 이어서 소리쳤다.
"경비대!
경비대!
프타스의 공주를 보호하러 빨리 와라!"

투비아의 외침에 십여 명의 경비병들이 붉은 잔디를 가로질러 달려왔다.
태양 아래 번쩍이는 긴 검을 빼들었고, 가죽 갑옷에 부딪히는 무기들이 쨍그랑거렸다.
눈앞의 광경을 본 경비병들은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경비병들이 두사르의 아스톡이 있는 왕실 정원의 절반도 건너가기 전에, 한 인물이 근처의 황금 분수대를 반쯤 가린 무성한 덤불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검은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회색 눈동자를 가진 키 큰 젊은이였다.
어깨는 넓고 허리는 날씬했으며, 몸이 날렵한 전사였다.
피부는 죽어가는 행성의 다른 종족들과 구분되는 화성의 붉은 인종 특유의 구리빛이 엷게 띠었다.
그는 붉은 인종과 비슷하면서도 밝은 피부색과 회색 눈동자 이상으로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그의 움직임도 달랐다.
큰 도약으로 움직여 경비병들의 속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빠르게 지면을 가로질렀다.

젊은 전사가 마주섰을 때도 아스톡은 여전히 투비아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새로 온 전사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단 한 마디를 내뱉었다.

"칼롯 같으니!"
그가 쏘아붙이고는 단단히 쥔 주먹으로 아스톡의 턱을 가격했다.
아스톡은 공중으로 높이 솟구쳤다가 에르사이트 벤치 옆 피말리아 덤불 한가운데로 구겨진 채 떨어졌다.

투비아의 구원자가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카오르, 프타스의 투비아!
운명이 내 방문 시기를 잘 맞춘 것 같군요."

"카오르, 헬리움의 카토리스!"
공주가 젊은이의 인사를 받으며 말했다.
"그런 아버지를 둔 아들에게서 이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카토리스는 자신의 아버지인 화성의 전쟁군주 존 카터에 대한 찬사에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때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경비병들이 도착했고, 두사르의 왕자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 검을 뽑아 들고 피말리아 덤불에서 기어 나왔다.

아스톡은 데자 토리스의 아들과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이려 했지만, 경비병들이 그를 막아섰다.
헬리움의 카토리스는 그 결투를 반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프타스의 투비아, 한 마디만 해 주십시오.
이자가 받아 마땅한 벌을 내리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겁니다."

"안 됩니다, 카토리스."
투비아가 대답했다.
"그가 나의 호의를 모두 저버렸다 해도, 그는 여전히 제닥인 내 아버지의 손님이에요.
그의 용서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책임은 오직 아버지께 물어야 할 것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투비아."
헬리움의 왕자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 후에는 내 아버지의 친구의 딸에 대한 이 모욕에 대해 헬리움의 왕자 카토리스가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그가 말하는 동안 그의 눈에는 바숨의 이 영광스러운 딸을 수호하는 더 가깝고 소중한 이유를 드러내는 불꽃이 타올랐다.

투비아의 뺨이 비단같이 투명한 피부 아래로 붉어졌다.
두사르의 왕자 아스톡의 눈도 어두워졌다.
제닥의 왕실 정원에서 두 사람 사이에 말없이 오가는 것을 읽었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스톡이 카토리스의 도전에 응수하며 날카롭게 말했다.

경비대는 여전히 아스톡을 에워싸고 있었다.
젊은 경비대장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그의 포로는 강력한 제닥의 아들이었고, 투반 딘의 손님이었다.
지금까지 모든 왕실의 예우를 받던 귀빈이었다.
강제로 체포하면 전쟁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프타스 전사의 눈에는 죽음에 값하는 짓을 저질렀다.

젊은 경비대장은 망설였다.
공주를 바라보았다.
투비아도 다가올 순간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짐작했다.
두사르와 프타스는 오랫동안 평화를 유지해왔다.
거대한 상선들이 두 나라의 큰 도시들을 오가며 교역했다.
지금도 제닥 궁전의 금빛으로 빛나는 붉은 돔 높이 위로 거대한 화물선이 서쪽 두사르를 향해 희박한 바숨의 대기를 가로질러 장엄하게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한 마디로 이 두 강대국을 피비린내 나는 분쟁에 빠뜨릴 수 있었다.
그러면 가장 용맹한 전사들과 헤아릴 수 없는 부를 잃게 될 것이다.
질투심 많고 힘이 약한 이웃 국가들의 침략에 무방비 상태가 되고, 결국에는 죽은 바다 밑바닥의 야만적인 녹색 종족들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두려움이 그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화성의 자녀들은 두려움을 거의 모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닥의 딸로서 아버지의 백성들의 안녕에 대한 책임감이 컸다.

"파드와르, 제가 당신을 부른 것은 공주를 보호하고 제닥의 왕실 정원에서 깨져서는 안 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것뿐입니다.
저를 궁전으로 호위하세요.
헬리움의 왕자가 동행할 겁니다."

투비아는 아스톡을 다시 쳐다보지도 않고 카토리스가 내민 손을 잡고 프타스의 통치자와 화려한 궁정이 있는 거대한 대리석 건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양쪽으로 경비병들이 줄지어 행진했다.
이렇게 프타스의 투비아는 난처한 상황을 해결했다.
아버지의 왕실 손님을 강제로 구속할 필요도 없었고, 동시에 그녀와 경비대가 떠나는 순간 서로의 목숨을 노릴 두 왕자도 분리시켰다.

피말리아 옆에 선 아스톡은 치켜 올린 눈썹 아래로 증오로 가득 찬 어두운 눈을 가늘게 뜨고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자신의 본성에서 가장 격렬한 열정을 불러일으킨 여인과, 이제는 자신의 사랑을 방해하는 자라고 믿게 된 남자의 뒷모습이었다.

그들이 건물 안으로 사라지자 아스톡은 어깨를 으쓱하며 중얼거리듯 욕설을 내뱉고, 자신과 수행원들이 머무는 건물의 다른 날개 쪽으로 정원을 가로질러 갔다.

그날 밤 아스톡은 투반 딘에게 정식으로 작별 인사를 했다.
정원에서 있었던 일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제닥의 예의 바른 태도 이면에 두사르의 왕자에 대한 경멸이 숨겨져 있음이 분명했다.
오직 왕실의 손님 접대 예법만이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게 할 뿐이었다.

카토리스와 투비아는 작별 인사 자리에 없었다.
의식은 궁정 예법이 허용하는 한 가장 딱딱하고 형식적으로 진행됐다.
마지막 두사르인이 프타스 궁정을 운명적으로 방문했던 전함의 난간을 넘어 올라타고, 그 거대한 파괴의 기계가 정박장에서 천천히 떠오를 때, 투반 딘의 목소리에서는 안도감이 역력했다.
그는 장교 한 명에게 몇 시간 동안 모두의 머릿속을 지배했던 것과는 다른 주제로 말을 건넸다.

하지만 정말 다른 주제였을까?

"소반 왕자에게 전하라."
그가 지시했다.
"오늘 아침 카올로 출발한 함대를 프타스 서쪽을 순찰하도록 소환하라는 것이 우리의 뜻이다."

아스톡을 아버지의 궁정으로 실어 나르는 전함이 서쪽으로 방향을 틀 때, 프타스의 투비아는 두사르의 왕자가 모욕을 준 바로 그 벤치에 앉아 멀어지는 함선의 반짝이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가까운 달빛이 밝게 비치는 곳에서 카토리스가 그녀 옆에 앉아있었다.
그의 눈은 희미하게 보이는 전함이 아닌 하늘을 올려다보는 소녀의 옆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투비아."
그가 속삭였다.

소녀가 그를 향해 눈을 돌렸다.
카토리스가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투비아는 부드럽게 손을 거두었다.

"프타스의 투비아, 당신을 사랑합니다!"
젊은 전사가 외쳤다.
"이 마음이 당신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고 말해주십시오."

투비아는 슬프게 고개를 저었다.
"헬리움의 카토리스의 사랑은 어떤 여인에게도 영광일 것입니다.
하지만 친구여.
제가 보답할 수 없는 것을 주겠다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젊은 전사가 천천히 일어섰다.
놀라움으로 눈이 커졌다.
프타스의 투비아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헬리움의 왕자에게 한 번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카다브라에서!
그리고 이곳 당신 아버지의 궁정에서도.
프타스의 투비아여.
혹시 내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어떤 암시를 했었습니까?"

"그렇다면 헬리움의 카토리스여, 제가 당신의 사랑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하게 만든 행동을 한 적이 있나요?"
투비아가 되물었다.

카토리스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투비아.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고 맹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도 내가 당신을 얼마나 숭배하다시피 사랑했는지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요, 카토리스?" 투비아가 순진하게 물었다.
"당신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나요?
이전에 당신의 입에서 저를 향한 사랑의 말이 나온 적이 있었나요?"

"하지만 알고 있었을 텐데요!"
카토리스가 외쳤다.
"나는 아버지를 닮아 사랑 앞에서는 어리석고 여인들을 대하는 솜씨도 서툴죠.
하지만 이 왕실 정원 길에 흩뿌려진 보석들, 나무들, 꽃들, 잔디까지도 내 마음속 사랑을 읽었을 거에요.
당신의 완벽한 얼굴과 모습을 처음 본 순간부터 내 마음을 가득 채운 이 사랑을.
그런데 어떻게 당신만이 알아채지 못했을까요?"

"헬리움의 여인들이 남자들에게 구애를 하나요?"
투비아가 물었다.

"농담하는 거죠!"
카토리스가 외쳤다.
"장난치는 것이라고 말해주세요.
실은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해줘요, 투비아!"

"그렇게 말할 수 없어요, 카토리스.
저는 이미 다른 사람과 약속이 되어 있으니까요."

투비아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 속에 무한한 깊이의 슬픔이 깃들어 있지 않았을까?
누가 알 수 있을까?

"다른 사람과 약속이라고?"
카토리스는 거의 숨도 쉬지 못하고 그 말을 내뱉었다.
그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가, 세계의 지배자의 피가 흐르는 자답게 다시 고개를 들었다.

"헬리움의 카토리스는 당신이 선택한 사람과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가 말했다.
"그..."
그는 망설이며 투비아가 이름을 말해주기를 기다렸다.

"카올의 제닥 쿨란 티스입니다."
투비아가 대답했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프타스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죠."

젊은 전사는 다시 말을 꺼내기 전에 잠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를 사랑합니까, 프타스의 투비아?"
그가 물었다.

"그와 약속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투비아가 단순히 대답했다.

카토리스는 더 묻지 않았다.
"그는 바숨의 가장 고귀한 혈통이자 가장 강력한 전사지."
카토리스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나의 친구...
다른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가 거의 야만적으로 중얼거렸다.
소녀의 생각은 표정 뒤에 감춰져 있었다.
다만 작은 슬픔의 그림자만이 비쳤는데, 그것이 카토리스를 위한 것인지,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둘 다를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헬리움의 카토리스는 그 슬픔을 알아챘지만 묻지 않았다.
쿨란 티스에 대한 그의 충성심은 버지니아의 존 카터의 피를 이어받은 자의 친구에 대한 충성심이었고, 그보다 더 큰 충성심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소녀의 화려한 장신구 중 보석이 박힌 부분을 입술에 가져갔다.

"쿨란 티스의 명예와 행복,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이 값진 보석을 위하여."
그의 목소리는 쉬어있었지만 진정한 진심이 묻어났다.
"당신이 다른 사람과 약속되어 있다는 걸 알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투비아.
다시는 그 말을 할 수 없겠지만, 당신이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게 기쁩니다.
그것은 당신이나 쿨란 티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불명예가 되지 않을 테니까요.
내 사랑은 쿨란 티스까지도 포용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그를 사랑한다면 말입니다."
그 말에는 거의 질문과 같은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그와 약속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투비아가 대답했다.

카토리스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한 손은 가슴에, 다른 손은 긴 검의 손잡이에 얹었다.

"이것들은 영원히 당신의 것입니다."
그가 말했다.
잠시 후 그는 궁전으로 들어가 소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만약 그가 곧바로 돌아왔다면 에르사이트 벤치에 엎드려 얼굴을 팔에 묻은 투비아를 발견했을 것이다.
그녀가 울고 있었을까?
그것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헬리움의 카토리스는 그날 아버지 친구의 궁정에 예고 없이 찾아왔다.
작은 비행선을 타고 홀로 왔는데, 프타스에서 늘 자신을 반갑게 맞아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방문에 형식이 없었던 것처럼 떠나는 데도 형식이 필요하지 않았다.

카토리스는 투반 딘에게 자신이 만든 발명품을 시험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일반적인 화성의 공중 나침반을 개선한 것이었다.
목적지를 설정하면 그 방향을 계속 가리키기 때문에, 바숨의 어느 지점이든 최단 경로로 가려면 단지 선박의 앞부분을 나침반 바늘 방향으로 유지하기만 하면 됐다.

카토리스의 개선점은 보조 장치를 추가한 것이었다.
이 장치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기계적으로 비행선을 조종했고, 나침반이 설정된 지점 바로 위에 도달하면 비행선을 정지시키고 자동으로 지상으로 내려주었다.

"이 발명품의 장점을 쉽게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카토리스가 투반 딘에게 말했다.
투반 딘은 나침반을 검사하고 젊은 친구와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궁전 지붕의 착륙장까지 동행했다.

제닥과 손님 뒤에는 십여 명의 궁정 관리들과 몇 명의 시종이 서 있었다.
그들은 대화를 열심히 듣고 있었다.
특히 한 시종은 너무 열심이어서 '목적지 제어 나침반'이라 불리는 이 놀라운 장치의 복잡한 구조를 보려고 윗사람들 앞으로 나서다가 두 번이나 귀족에게 꾸중을 들었다.

"예를 들어,"
카토리스가 계속 설명했다.
"오늘 밤처럼 밤새 여행할 때, 바숨의 동반구를 나타내는 오른쪽 다이얼의 지침을 헬리움의 정확한 위도와 경도에 맞춥니다.
그런 다음 엔진을 켜고, 비단 이불과 모피를 덮고 불을 켠 채로 헬리움을 향해 날아가면 됩니다.
자고 있든 깨어 있든 정해진 시간에 제 궁전의 착륙장으로 부드럽게 내려갈 것을 확신할 수 있죠."

"만약에,"
투반 딘이 덧붙였다.
"그동안 다른 야간 비행선과 부딪히지 않는다면 말이오."

카토리스가 미소 지었다.
"그런 위험은 없습니다."
그가 대답하며 목적지 나침반 오른쪽의 장치를 가리켰다.
"이것이 제가 '장애물 회피장치'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 보이는 장치는 기계장치를 켜고 끄는 스위치입니다.
장치 자체는 갑판 아래에 있고 조종 장치와 제어 레버에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매우 단순한 원리입니다.
비행선으로부터 백 야드 정도 거리까지 모든 방향으로 방사능을 퍼뜨리는 라듐 발생기에 불과하죠.
이 둘러싸는 힘이 어느 방향에서든 방해를 받으면 정교한 장치가 즉시 이상을 감지하고, 동시에 자기 장치에 충격을 주어 조종 장치를 작동시킵니다.
비행선의 방사능 영역이 장애물과 더 이상 접촉하지 않을 때까지 비행선의 앞부분을 장애물로부터 돌려놓은 다음, 다시 정상 항로로 돌아옵니다.
만약 더 빠른 비행선이 뒤에서 따라잡으려 할 때처럼 뒤쪽에서 방해가 오면, 이 장치는 조종 장치뿐만 아니라 속도 제어 장치도 작동시켜 비행선을 앞으로 가속하고 다가오는 비행선이 자신보다 낮거나 높은 고도에 있는지에 따라 위나 아래로 움직입니다."

"심각한 경우, 즉 장애물이 많거나 비행선의 앞부분을 어느 방향이든 45도 이상 틀어야 할 때, 또는 비행선이 목적지에 도착해서 지상 백 야드 이내로 내려왔을 때는 장치가 완전히 정지시키고 동시에 큰 경보음을 울려 조종사를 즉시 깨웁니다.
보시다시피 거의 모든 비상상황을 예상했죠."

투반 딘은 이 놀라운 장치에 대한 감탄을 미소로 표현했다.
앞에 있던 시종은 거의 비행선 옆까지 다가왔다.
그의 눈이 가늘게 찢어졌다.

"한 가지만 빼고요."
시종이 말했다.

귀족들은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고, 그들 중 한 명이 시종의 어깨를 거칠게 잡아 제자리로 밀어내려 했다.
카토리스가 손을 들었다.

"기다리시오."
그가 촉구했다.
"그 사람이 할 말을 들어봅시다.
인간의 머리로 만든 것 중 완벽한 것은 없으니까요.
어쩌면 당장 알아야 할 약점을 발견했을지도 모르죠.
자, 제가 놓친 비상상황이 무엇인가요?"

말하면서 카토리스는 처음으로 그 시종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화성의 붉은 인종답게 거인 같은 체격에 잘생긴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의 입술은 얇고 잔인해 보였으며, 한쪽 뺨에는 오른쪽 관자놀이에서 입가까지 이어지는 희미한 흰색 칼자국이 있었다.

"말해보게."
헬리움의 왕자가 재촉했다.
"어서!"

그 남자는 망설였다.
자신의 무모함 때문에 모든 사람의 관심의 중심이 된 것을 후회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결국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입을 열었다.

"적이 조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카토리스는 가죽 주머니에서 작은 열쇠를 꺼냈다.

"이걸 보게."
그가 열쇠를 그 남자에게 건네며 말했다.
"자물쇠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 열쇠로 여는 장치가 자물쇠 따는 사람의 솜씨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알 테지.
이것이 교묘한 조작으로부터 장치의 핵심을 지키는 것이다.
이 열쇠 없이는 적이 장치의 심장부에 도달하려면 절반은 부숴야 할 거야.
그러면 가장 무심한 관찰자라도 그 흔적을 알아볼 수 있을 테지."

시종은 열쇠를 받아 날카롭게 살펴보다가, 카토리스에게 돌려주려다 대리석 바닥에 떨어뜨렸다.
열쇠를 찾으려 몸을 돌리면서 반짝이는 물체 위에 샌들 바닥을 정확히 올려놓았다.
잠시 열쇠 위의 발에 온 체중을 실었다가 물러섰고, 마치 찾은 것이 기쁘다는 듯 소리를 내며 몸을 숙여 열쇠를 주워 헬리움인에게 돌려주었다.
그런 다음 귀족들 뒤의 자리로 돌아가 잊혀졌다.

잠시 후 카토리스는 투반 딘과 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반짝이는 불빛과 함께 별이 총총한 화성의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2장. 노예제도

프타스의 통치자가 신하들을 이끌고 궁전 위 착륙장에서 내려왔다.
하인들은 왕족이나 귀족 주인들 뒤에 각자 자리를 잡았다.
한 하인이 맨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가 재빨리 몸을 숙여 오른발의 샌들을 벗어 주머니에 넣었다.

일행이 아래층에 도착했고 제닥이 손짓으로 해산을 명했다.
하지만 아무도 헬리움의 왕자 앞에서 그토록 주목을 받았던 그 건방진 하인이 다른 하인들 사이에서 사라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 하인이 누구의 수행원이었는지 묻는 이도 없었다.
화성의 귀족들은 수많은 수행원을 거느리고 있었고, 이들은 주인의 변덕에 따라 들락날락거렸다.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도 거의 의심을 받지 않았다.
궁전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라면 제닥에 대한 충성심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여겼다.
궁정 귀족들의 시중을 들고자 하는 자들에 대한 심사가 그만큼 엄격했기 때문이었다.

좋은 규칙이었다.
다만 우호적인 외국 왕실의 방문단에게는 예외적으로 관대했다.

다음 날 늦은 아침, 프타스의 한 고귀한 가문 문장을 단 거대한 하인이 궁전 문을 나와 도시로 향했다.
넓은 대로를 따라 빠르게 걸었다.
귀족 구역을 지나 상점가에 도착할 때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하늘을 향해 첨탑처럼 솟은 웅장한 건물을 찾아갔다.
건물 외벽은 정교한 조각과 복잡한 모자이크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그곳은 평화의 궁전이었다.
외국 사절단의 대표들이 머무는 곳이었다.
정확히는 대사관이 있는 곳이었다.
대신들은 귀족 구역의 화려한 궁전에서 살았다.

그 남자는 두사르 대사관을 찾았다.
들어서자 서기가 의아한 듯 일어났고, 대신을 만나고 싶다는 요청에 신분증명을 요구했다.
방문자는 팔꿈치 위에서 평범한 금속 팔찌를 벗어 안쪽의 글자를 가리키며 서기에게 한두 마디를 속삭였다.

서기의 눈이 커졌고, 태도가 즉시 공손해졌다.
방문자를 자리에 앉히고 팔찌를 들고 안쪽 방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잠시 후 돌아와 방문자를 대신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밀담을 나눴다.
마침내 거대한 하인이 집무실에서 나왔을 때, 그의 표정에는 불길한 만족감이 어려 있었다.
평화의 궁전을 나온 그는 곧장 두사르 대신의 궁전으로 서둘러 갔다.

그날 밤 두 대의 빠른 비행선이 같은 궁전 꼭대기에서 출발했다.
한 대는 헬리움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고, 다른 한 대는...

프타스의 투비아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하는 습관대로 아버지 궁전의 정원을 거닐었다.
화성의 공기는 해가 서쪽 끝으로 빠르게 저물고 나면 차가워졌기에, 비단옷과 모피를 둘러쓰고 있었다.

소녀의 생각은 자신을 카올의 여제로 만들어 줄 다가오는 결혼식에서, 어제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젊고 단정한 헬리움 청년에게로 흘러갔다.

그녀는 전날 밤 그의 비행선 불빛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던 남쪽 하늘을 바라보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연민 때문이었는지 후회 때문이었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마치 공주의 간절한 생각에 이끌린 듯, 그 방향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비행선의 불빛을 발견했을 때 그녀의 감정이 어땠을지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비행선이 궁전 위에서 낮게 선회하는 것을 보며 착륙 준비를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곧 비행선 앞부분에서 강력한 탐조등 광선이 아래로 비췄다.
잠시 착륙장을 비추었고, 프타스 근위병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화려한 마구에 박힌 보석들이 반짝이며 빛났다.

그 눈부신 빛줄기는 광택 나는 둥근 지붕과 우아한 첨탑을 지나 궁정과 공원, 정원을 비추다가 마침내 에르사이트 벤치와 그 옆에 서 있는 소녀에게 멈췄다.
소녀는 비행선을 향해 얼굴을 들고 있었다.

탐조등은 프타스의 투비아를 잠시 비추다가 갑자기 켜졌을 때처럼 순식간에 꺼졌다.
비행선은 그녀 위를 지나 궁전 구내에 자라난 높다란 스킬 나무 숲 너머로 사라졌다.

소녀는 한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다만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눈을 내리깔았을 뿐이었다.

카토리스가 아니면 누구였을까?
이렇게 몰래 돌아와 자신을 엿보는 것에 화를 내려 했지만, 헬리움의 젊은 왕자에게 화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어떤 미친 변덕이 그를 국가 간의 예의를 무시하게 만들었을까?
이보다 더 작은 일로도 강대국들은 전쟁을 치렀다.

그녀 안의 공주는 충격을 받고 분노했다.
하지만 소녀로서의 그녀는 어땠을까!

근위병들은 어땠을까?
분명 그들도 이 낯선 이의 전례 없는 행동에 너무 놀란 나머지 제지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일을 그냥 넘기지 않으려 했다.
착륙장에서 모터 소리가 울리고 긴 순찰선이 재빨리 하늘로 치솟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투비아는 순찰선이 동쪽으로 빠르게 날아가는 것을 지켜봤다.
다른 눈들도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울창한 스킬 나무 숲 그늘 아래, 잎이 무성한 넓은 길에서 한 비행선이 지상 십여 피트 위에 떠 있었다.
갑판에서 날카로운 눈들이 멀리 부채꼴로 비추는 순찰선의 탐조등을 지켜봤다.
그림자 속 비행선에서는 불빛 하나 새어 나오지 않았다.
갑판은 무덤처럼 조용했다.
여섯 명의 붉은 전사들로 이뤄진 승무원들은 멀어지는 순찰선의 불빛을 지켜봤다.

"오늘 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함께하는군."
한 사람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계획대로 완벽하게 진행됐다."
다른 사람이 대답했다.
"왕자가 예견한 대로 정확히 움직였어."

첫 번째로 말했던 사람이 조종판 앞에 쪼그리고 앉은 사람 쪽으로 몸을 돌렸다.

"지금이다!"
그가 속삭였다.
다른 명령은 없었다.
비행선에 탄 모든 사람이 그날 밤 임무의 세부사항을 완벽히 숙지하고 있었다.
어두운 선체가 조용히 어둡고 고요한 숲의 성당 아치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프타스의 투비아는 동쪽을 바라보며 비행선이 정원 벽을 넘어올 때 나무들의 어둠 속에서 더 검은 그림자를 보았다.
희미한 덩어리가 정원의 붉은 잔디를 향해 부드럽게 기울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의 의도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근처의 경비병들에게 소리쳐 알리지도, 궁전의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지도 않았다.

왜일까?

그녀가 균형 잡힌 어깨를 으쓱이며 여자들의 오래되고 보편적인 대답을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냥!

비행선이 땅에 닿자마자 네 명의 남자가 갑판에서 뛰어내렸다.
그들은 소녀를 향해 달려갔다.

그녀는 여전히 경계의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혹은 반가운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그들이 아주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주변의 나뭇잎 위로 떠오른 가까운 달이 그들의 얼굴을 비추었고, 은빛 광선으로 모든 것을 밝혔다.

프타스의 투비아는 낯선 이들, 두사르의 마구를 한 전사들을 보았다.
이제야 두려움을 느꼈지만 너무 늦었다!

단 한 번의 비명조차 지르기 전에 거친 손이 그녀를 붙잡았다.
두꺼운 비단 스카프가 머리를 감쌌다.
강한 팔에 들려 비행선 갑판으로 옮겨졌다.
프로펠러가 갑자기 돌아가고 몸에 바람이 스쳤다.
멀리 아래에서 경비병들의 외침과 제지 소리가 들렸다.

남쪽을 향해 다른 비행선이 헬리움으로 달렸다.
객실에서 키 큰 붉은 피부의 남자가 뒤집힌 샌들 바닥을 살펴보고 있었다.
정교한 도구로 그곳에 희미하게 찍힌 작은 물체의 자국을 측정했다.
옆의 메모장에는 열쇠의 윤곽이 그려져 있었고, 거기에 측정 결과를 기록했다.

작업을 마치고 테이블 맞은편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향해 돌아서며 미소를 지었다.

"이 자는 천재다."
그의 목소리에는 감탄이 묻어났다.

"이런 자물쇠를 고안해낼 수 있는 건 천재뿐이지.
자, 라록, 이 스케치를 가져가서 네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 금속으로 재현해보게."

전사-기술자가 고개를 숙였다.
"인간이 만든 것은 인간이 파괴하지 못할 게 없습니다."
그는 스케치를 들고 객실을 나갔다.

헬리움의 쌍둥이 도시를 상징하는 높은 탑들, 하나는 붉은 탑, 다른 하나는 노란 탑 위로 새벽이 밝아올 때 한 비행선이 북쪽에서 천천히 떠오고 있었다.

비행선 앞부분에는 헬리움 제국의 먼 도시에 사는 하급 귀족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느긋한 접근과 도시를 가로지르는 자신만만한 움직임은 졸린 경비병들의 의심을 사지 않았다.
근무 시간이 거의 끝나가는 그들은 교대조가 오는 것 말고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헬리움에는 평화가 가득했다.
침체되고 무기력한 평화였다.
헬리움에는 적이 없었다.
두려워할 것도 없었다.

가장 가까운 공중 순찰대가 서둘지 않고 천천히 선회하여 낯선 비행선에 접근했다.
대화가 가능한 거리에서 갑판 위의 장교가 다가오는 비행선에 인사를 건넸다.

쾌활한 "카오르!" 인사와 함께, 즐거운 헬리움에서 며칠간 유흥을 즐기러 먼 곳에서 왔다는 그럴듯한 설명이면 충분했다.
공중 순찰선은 비켜서서 자기 길을 갔다.
낯선 비행선은 공용 착륙장으로 향했고, 거기서 착륙 통로를 따라 내려와 정지했다.

거의 같은 시각에 한 전사가 객실로 들어왔다.

"완성했습니다, 바스 코르님."
그가 말하며 잠자리의 비단과 모피에서 막 일어난 키 큰 귀족에게 작은 금속 열쇠를 건넸다.

"좋아!"
바스 코르가 외쳤다.
"밤새도록 작업했겠군, 라록."

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며칠 전에 만든 헬리움 금속을 가져오게."
바스 코르가 명령했다.

전사는 주인이 화려한 보석 장식 마구를 평범한 헬리움 전사의 장식품으로 바꾸는 것을 도왔다.
비행선 앞에 있는 것과 같은 가문의 문장도 달았다.

바스 코르는 선상에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비행 정박장으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 거리로 내려갔다.
곧 일상적인 업무를 위해 서두르는 이른 아침 인파 속에 섞여 들어갔다.

그의 전사 차림은 브로드웨이의 바지만큼이나 평범했다.
화성의 모든 남자는 전사였다.
신체적으로 무기를 들 수 없는 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전사였다.
상인과 점원도 일하는 동안 무술 장비를 착용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5년 동안 눈처럼 흰 껍질 속에서 자라 거의 성인이 되어 세상에 나온 그들은 검 없는 삶을 거의 알지 못했다.
무장하지 않고 밖에 나가는 것은 지구 소년이 반바지 없이 거리를 걷는 것만큼이나 불편했다.

바스 코르의 목적지는 대헬리움이었다.
소헬리움에서 평평한 평원을 가로질러 75마일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그는 소헬리움에 착륙했다.
제닥의 궁전이 있는 큰 도시보다 이곳의 공중 순찰대가 의심이 적고 경계가 덜했기 때문이었다.

공원 같은 대로를 인파와 함께 걸으며 깨어나는 화성 도시의 생활상을 목격했다.
밤새 가는 금속 기둥 위로 높이 올려진 집들이 부드럽게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건물 주변의 붉은 잔디밭 위 꽃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이미 놀고 있었다.
아름다운 여인들은 실내 화병을 위해 화려한 꽃을 따며 이웃들과 웃고 떠들었다.

낯선 이의 귀에 바숨식 인사 "카오르"가 계속 들려왔다.
친구들과 이웃들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가 착륙한 지역은 주거 지역이었다.
부유한 상인들이 사는 구역이었다.
곳곳에 사치와 부의 흔적이 보였다.
노예들이 화려한 비단과 값비싼 모피를 들고 집집마다 지붕에 나타나 햇볕에 말리고 있었다.
보석으로 치장한 여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침실 앞 조각된 발코니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었다.
나중에 노예들이 침상을 준비하고 비단 천막을 쳐서 햇빛을 가리면 지붕으로 올라갈 것이었다.

열린 창문에서 감동적인 음악이 듣기 좋게 흘러나왔다.
화성인들은 대부분의 지구인들이 어려워하는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의 신경 적응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다.

그의 머리 위로 긴 경량 여객선들이 각자의 항로를 따라 여러 착륙장 사이를 오갔다.
하늘 높이 솟은 착륙장들은 대형 국제 여객선용이었다.
화물선들은 지상 수백 피트 높이의 다양한 낮은 층에 착륙장이 있었다.
수평 비행이 금지된 특정 구역을 제외하고는 어떤 비행선도 항로를 바꿀 수 없었다.

잘 깎인 잔디로 포장된 대로를 따라 지상 비행선들이 양방향으로 끊임없이 움직였다.
대부분 잔디 표면을 스치듯 날았고, 앞의 느린 운전자를 추월하거나 교차로에서는 우아하게 공중으로 솟았다.
교차로에서는 남북 방향 교통이 우선권을 가졌고, 동서 방향은 그 위로 올라가야 했다.

많은 지붕 위 개인 격납고에서 비행선들이 교통 흐름 속으로 뛰어들었다.
즐거운 작별 인사와 마지막 당부가 모터 소리, 도시의 잔잔한 소음과 뒤섞였다.

빠른 움직임과 수많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서두르는 와중에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호사스러운 여유와 부드러운 고요함이었다.

화성인들은 거칠고 불협화음의 소음을 싫어했다.
그들이 견딜 수 있는 유일한 큰 소리는 전쟁의 군사적 소리,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 거대한 두 공중 전함이 충돌하는 소리뿐이었다.
그들에게 이보다 더 달콤한 음악은 없었다.

두 개의 넓은 대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바스 코르는 거리에서 도시의 거대한 공압 정거장 중 하나로 내려갔다.
작은 창구에서 헬리움의 칙칙한 타원형 동전 두 개로 목적지까지의 요금을 지불했다.

문지기를 지나자 지구인의 눈에는 거대한 총의 원뿔형 탄두처럼 보이는, 8피트 길이의 물체들이 천천히 움직이는 줄이 나타났다.
이것들은 홈이 파인 선로를 따라 천천히 일렬로 이동했다.
여섯 명의 안내원이 승객들의 탑승을 돕거나 운송체들을 알맞은 목적지로 안내했다.

바스 코르는 빈 운송체로 다가갔다.
앞부분에는 계기판과 지침이 있었다.
대헬리움의 특정 정거장을 가리키도록 지침을 맞추고, 아치형 뚜껑을 열어 들어가 쿠션이 깔린 바닥에 누웠다.
안내원이 뚜껑을 닫자 찰칵 소리와 함께 잠겼고, 운송체는 천천히 이동을 계속했다.

곧 자동으로 다른 선로로 전환되어 잠시 후 어두운 입구의 관 중 하나로 들어갔다.

운송체 전체가 검은 구멍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총알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잠시 들리더니 부드럽지만 갑작스럽게 멈췄다.
운송체가 천천히 다른 승강장으로 나왔고, 다른 안내원이 뚜껑을 열자 바스 코르는 대헬리움 중심부 아래 정거장에서 내렸다.
출발 지점에서 75마일 떨어진 곳이었다.

그는 거리로 나와 대기 중이던 지상 비행선에 곧바로 탔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노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올 것을 예상했고, 노예는 이미 지시를 받은 게 분명했다.

바스 코르가 자리에 앉자마자 비행선은 빠르게 움직이는 행렬에 합류했고, 곧 넓고 붐비는 대로에서 덜 혼잡한 거리로 방향을 틀었다.
이내 번화가를 벗어나 작은 상점들이 있는 구역으로 들어섰고, 외국 비단 상인의 간판이 걸린 상점 앞에서 멈췄다.

바스 코르는 천장이 낮은 방으로 들어갔다.
맞은편의 한 남자가 안쪽 방을 가리켰다.
방문객을 따라 들어가 문을 닫기 전까지는 다른 인사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방문객을 마주보며 공손히 인사했다.

"고귀하신..."
그가 말을 시작했지만 바스 코르가 손짓으로 제지했다.

"격식은 필요 없네.
나는 너의 노예일 뿐이라는 걸 잊지 마.
계획대로 모든 게 세심하게 진행됐다면 낭비할 시간이 없어.
대신 노예 시장으로 가야 할 거야.
준비됐나?"

상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큰 상자로 가서 문장이 없는 노예 복장을 꺼냈다.
바스 코르는 즉시 그것을 입었다.
두 사람은 가게 뒷문을 통해 나와 구불구불한 골목을 지나 대로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비행선에 탔다.

5분 후 상인은 자신의 노예를 공공 시장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중앙에는 노예 경매대가 서 있었다.

오늘 군중이 특히 많았다.
헬리움의 왕자 카토리스가 주요 입찰자였기 때문이었다.

주인들이 한 명씩 노예 경매대 옆 연단에 올랐고, 그들의 소유물인 노예들이 그 위에 섰다.
각자 자신의 상품의 장점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모두 끝나자 헬리움 왕자의 집사장이 좋은 인상을 받은 노예들을 경매대로 다시 불렀다.
그들에게 적절한 가격을 제시했다.

가격 흥정은 거의 없었다.
바스 코르가 경매대에 올랐을 때는 전혀 없었다.
상인 주인은 첫 번째 제시된 가격을 받아들였고, 이렇게 두사르의 귀족이 카토리스의 집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시리즈

출판 현황

이 문서를 링크한 다른 문서